나쁜 문화들(1) - 분노

가톨릭부산 2015.10.08 05:49 조회 수 : 137

호수 2331호 2015.06.07 
글쓴이 김상효 신부 

나쁜 문화들(1) - 분노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자동차를 운전하는 거리에서, 인터넷 게시판에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분노가 넘쳐난다. 사람들이 잘 참지 못하게 되었다. 공공장소에서도, 식당에서도, 백화점에서도 그렇다. 군대에서 그러더니 이제는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가족까지 동반하여 세상과 결별하는 행위도 분노의 극단적 형태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자신의 권리에 대한 침해나 손해에 대해 싫은 감정을 가지는 것은 거의 본능적인 반응이다. 분노라는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누른다고 해서 그 감정의 에너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해소되어야 하는 내면의 압력인 것이다. 이 분노를 어떻게 표출하느냐 하는 것은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를 가르는 기준일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힘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종로에서 맞은 뺨을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이유는 한강이 내게 복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겁한 짓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한다거나, 세월호 피해자를 비난한다거나, 실직자를 무능하다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내면에 있는 분노를 잘못 투사하는 나쁜 문화다. 분노의 대상으로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중독이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그 예이다. 이것은 정말 나쁜 문화다. 화를 내려면 정확하게 내야 한다. 내 화의 원인인 된 그것에 화를 내어야 한다. 물론 덜 해악적인 형태로 보다 좋은 문화의 형태로 화를 내어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야 내 분노도 정상적으로 해소된다. 섣불리 내 화의 이유를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치열한 내면의 싸움으로 정말 나를 화나게 만든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화의 절반 정도는 해결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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