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감수성의 훈련(3)

가톨릭부산 2015.10.08 05:47 조회 수 : 71

호수 2324호 2015.04.19 
글쓴이 김상효 신부 

문화적 감수성의 훈련(3)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저의 글을 읽고 보내온 독자의 글. 독자는 아홉 살, 다섯 살 두 딸을 키우는 어머니이며 직장인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이다. 두 딸을 키우며 느끼는 감수성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보내주셨다.

화창한 일요일. 미사 참례 후 아이들은 은근히 밖으로 나가기를 기대하는 눈빛을 보낸다. 우리 부부가 정한 규칙. 맑은 날에는 자연으로, 흐린 날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도심의 간판, 매일 밟고 다니는 보도블록, 자동차가 만들어서 불투명하고 뜨뜻미지근해진 바람아 안녕. 매일 만지는 장난감도 잠시 안녕.‘어디 간들 별것 있겠냐’는 관성적 유혹을 떨쳐내고 길을 나선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당연한 마음이니까. 물론 집안에서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이름마저 낯선 많은 매체가 주는 경험도 아이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커피숍이나 영화관에서의 경험도 아이들에게 색다른 자극일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우리 집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의 자잘한 이야기, 그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자연을 느낄 줄 아는 그런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감수성은 살아있는 것을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이고 생명의 존재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감수성은 살아있지 않은 것이 주는 자극으로는 길러질 수도, 채워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쓱쓱 문지르고 마우스를 딸깍거리면 화면이 바뀌는 시각적 자극일 뿐, 공감하고 배려하는 대상은 되지 않는다. 누르면 신기한 소리가 나고 번쩍이는 장난감들도 감동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창밖의 봄은 으레 오는 것이고, 비는 찝찝할 뿐이며, 다친 사람은 다친 사람일 뿐이고,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일 뿐이지 나와는 상관없다고 외면해 버린다면 과연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이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모든 생명과 그 안에 포함된 상처도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참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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