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와 전례
사순 제3주간 토요일 - 윤명기 요한 칸시오 주임신부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와 세리라는 두 인물- 이 두 사람은 당대 종교 사회의 두 극단적 인물이다- 을 대비시켜 예수께서는 당신이 말씀하시려는 바를 분명히 드러내고 계십니다. 우선 바리사이의 기도는 거창하고 당당합니다. 그는 보라는 듯이 서서 자신의 삶의 내용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욕심이 없고 부정직하지 않을뿐더러 음탕하지도 않고, 세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며 일 주일에 두 번이나 단식하고 모든 수입의 십 분의 일을 바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으며, 자신이 세심하게 지키고 있는 종교적인 실천사항들을 잘 열거하고 있습니다. 율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을 강조했던 바리사이기에 그의 이 말은 위선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나 그의 기도내용은 자신의 선함과 공로를 빠짐없이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구나 그것을 얘기하면서 다른 이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그의 선함과 공로를 인정해 주시기만 하면 되는 분이십니다.  그는 스스로 하느님 앞에 의롭다고 생각했기에 아무 것도 용서받을 것도, 회개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하느님께로부터 어떠한 인정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하느님 앞에 용서를 청해야 할 죄인으로 남게 됩니다. 그의 교만과 자기만족은 하느님을 귀머거리로 만들었고 다른 이를 죄인으로 판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바리사이와 비교할 때 세리의 태도는 대조가 됩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 너무 큰 죄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하느님의 자비만을 간구합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청할 뿐입니다. 그는 자신을 내세울 만한 어떠한 올바름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오로지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은 은총이요 선물인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은 세리를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하셨습니다.
자기만족이란 무서운 병입니다. 그것은 영혼의 눈을 뜨지 못하게 하여 진실을 못 보게 합니다. 그의 내면에 가득찬 교만과 독선은 하느님의 은총이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내 버립니다. 그토록 스스로 만족해하고 다른 이를 판단하는 이와 하느님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도 자기만족이라는 중병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 잘 살고 있어. 큰 죄 짓는 것도 없고 내 일도 잘하고 있어. 특별한 문제도 없고... 그래서 기도하거나 교회에 나가야 할 필요를 모르겠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회개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자신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우리에겐 겸손함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필요로하는 존재인지를 깨닫고 그분의 사랑에 감사드릴 것이며 영적 중병인 자기만족의 위험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