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서 안에서 고별 담화 이후에 나오는 예수님의 ‘대사제 기도’ 시작 부분에 해당합니다. 이 길지 않은 문단에서 예수님께서는 ‘영광’이라는 표현을 여섯 번이나 쓰고 계십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라는 첫 구절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때란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우주와 모든 인간의 구원이 실현되는 때를 뜻합니다. 바로 십자가를 통해서 성자께서는 성부를 영광스럽게 하시고, 성부께서는 성자를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비록 십자가 사건은 인간의 음모와 여러 욕심들을 통하여 전개되고, 예수님께서는 수난과 고통을 당하시지만, 그 고난과 죽음은 피동적인 것이 아니라 성자께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봉헌하신 능동적 사건이었음이 분명해집니다.
성부께서는 성자께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고, 성자께서는 성부께서 맡기신 일을 완수하심으로써 성부와 성자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는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당신의 죽음이 사명의 완성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을 두고 “이 사람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 사명의 완수와 영광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열매를 맺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 전체로 하느님의 진리를 계시하셨고, 신앙인들은 그 계시와 진리 자체이신 그리스도의 모범과 인도로 영원한 생명의 길을 찾아갑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 길 끝에서 주님의 영광에 참여할 것입니다. (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