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말하기만 하면 바라는 그 모든 것을 이루어 주는 마술적인 주문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한다.”는 것은, 우리가 청원 기도를 드리는 그 순간에도 성부이신 하느님과 성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신적 일치에 참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과 일치하여 기도하는 그 순간에 내 마음에 사적 욕심이 끼어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나오는 충만함과 기쁨으로 이미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의 기도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을 받느냐가 아니라 기도를 통해서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느끼는 기쁨이 아니라 우리가 기도할 때 나를 사랑하시고,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 체험은 내적인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필요한 것을 모두 알고 계시고,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사랑이 넘치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아드님의 이름으로 구하면 아버지께서 주십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시는지 잘 모릅니다. 그보다 더 확실하고 중요한 것은 간절히 청할 때 기쁨이 넘친다는 사실이고, 그 기쁨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느끼게 해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그렇게 기도할 수 있는 하루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성근 사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