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45호 2019.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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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윤정현 신부 |
교회의 고독
윤정현 신부 / 동대신성당 주임
사도행전의 저자 루카는 주님 승천과 다시 오심(再臨) 사이의 시기를 교회의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교회의 시기 그 처음에 승천하심으로 주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교회의 당혹감을 제1독서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사도 1, 11)
제2독서에서 “교회의 머리이자, 교회를 충만케 하는 이는 그리스도”(에페 1, 22~23 참조)라고 노래하지만, 출발하는 교회의 시기는 주님의 부재라는 당혹감에 처해 있습니다. 주님의 부재라는 당혹감은 그 옛날 제자들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어려움입니다. 우리 믿음의 약함이나 공동체가 믿음의 결속이 풀어져 느끼는 주님의 부재에서 오는 당혹감을 매일의 삶에서 느낍니다. 이 당혹감을 메우고자 신자와 사목자 그리고 신자 서로 간의 친교에 매진하지만, “지혜와 계시의 영”이 아니라면, “우리가 지니게 된 희망”이 아니라면, “그분의 힘”(에페 1, 17~19 참조)이 아니라면 주님의 부재라는 당혹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믿음은 주님의 부재를 주님의 현존으로 바꾸어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당혹감 앞에서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사도 22, 10)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의 뜻에 순명하여 활동할 때, 교회가 지닌 당혹감은 주님 현존으로 바뀌어 갑니다. 역설적으로 믿는 이의 고독 안에서 승천으로 인한 주님의 부재는 주님의 충만한 현존으로 바뀝니다.
“교회의 친교는 그리스도의 고독, 십자가 위의 고독,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하느님의 절대적 고독에서 피어난다. 그리스도의 고독 안에서 모든 교회 공동체의 살아있는 기원을 발견한다. 그리스도인이 머물러야만 하는 태어난 교회 그리고 지속되는 교회의 기원은 고독한 교회이다. 왜냐하면 친교를 낳는 고독은 교회의 일을 행하며 드러난 사도들의 고독이며, 이 고독을 통하여 교회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적이며 실존적인 외로움이 아니다. 이 고독은 십자가에서 버림받는 순간까지 아버지와 함께 또 아버지 안에 있었던 그리스도의 고독처럼, 믿는 이의 고독은 그리스도와 함께 또 그리스도 안에서 보다 깊은 친교를 이룬다.”
(H.U. 폰 발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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