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부활 제6주일 <평화 줍기>

(사도 15,1-2.22-29; 묵시 21,10-14.22-23; 요한 14,23-29)

 

언젠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돌아서면 돈 쓸 일들이 줄을 선 5월이

어서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던 자매님의 넋두리가 생각났습니다.

그 때 저는 눈치 없이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는잘못을 일깨워주려 했던 기억도 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 못합니다.

본당살림도 5월에는 비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챙기고

어르신들까지 서운치 않게 살펴드릴 요량이 넘쳐서

마침내 성당 돈주머니에 구멍을 낸 진땀나는전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번 5월에도

알뜰살뜰 야무진 살림솜씨를 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아이부터 어르신들과 어울릴 기회를 놓칠 염이 들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와 핑계를 불사하고서라도

함께 정을 나누고 웃음을 건네는 기쁨은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어째서 주님께서는 이 좋은 생각이 힘을 받도록

하늘에서 보너스를 내려주시지 않는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그저 허리띠를 졸라맬 것입니다.

이렇게 쪼들리고 마음 졸이는 삶도 사랑이니

행복할 뿐입니다.

 

마음이 심란해서 올려다 본 하늘이 맑고 푸릅니다.

좋으신 주님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내가 하느님이라면 이렇게 꾀죄죄한 생각에 절어

궁상맞은 얘기만 늘어놓는 저에게

저 고운 하늘을 아까워서보여주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고쳐먹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랑을 심어주시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통해서 얻어지는

숱한 행복들을 헤아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주신 축복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은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곧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사랑하는 것과 동일어입니다.

때문에 사랑은 우리에게 오직

그분의 나라를 위하여 살아가도록 합니다.

그분을 찬미하는 마음과 더불어

세상을 살리기 위해 골몰하도록 합니다.

하느님의 선물을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사랑은 내 품을 넓혀

더 많은 사람들이 쉬는 쉼터가 되기를 원합니다.

내 손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배부르게 되기를 꿈꾸게 합니다.

하여 환난과 고통을 대하는 시각까지도 변화시켜줍니다.

지혜는 환난이란 한사코 피해서 도망쳐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더 사랑하기 위해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기에 훨씬 고달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구하는 것은

모두 다 들어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사랑하기 위한 것은 모두 다 채워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에 더해서 오늘,

평화를 남기고 간다는 사실을 밝혀주십니다.

주님께서 남겨놓으신 평화를 누리며

우리 모두가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없기를 당부하십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탄식하기 마련입니다.

화려한 집에서 쪼들리지 않는

푸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문제는 있습니다.

그러기에 믿음인은

하늘의 집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빛이 되는 곳,

어린 양이 등불이 되는 그곳을 희망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앙의 선배들이 모두 그러했습니다.

믿음으로써 영원한 본향을 바라보았고

이 세상의 나그네처럼,

외국인처럼 살았습니다.

이 땅에의 것을 자랑할 생각일랑 아예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세상이 가치 없는 곳”(히브 11,38)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굳센 믿음의 근거가

바로 주님께서 남겨주신 평화를 푸지게 누렸던 덕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하여 믿음이란

결국 주님께서 남겨놓으신 평화를 잃지 않고

단도리하는 일임을 일깨움 받습니다.

매일 매 순간 부지런히,

주님의 평화를 줍고 살아간다면

세상에서 두려울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헤아립니다.

지금,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평화를 줍는 일이야말로

믿음인들이 가장 바지런히 행해야 할 일임을 깊이 새깁니다.

우리 모두가 오직 사랑함으로

무척 기쁜 5월을 잘 마무리하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 2019년 연중 제8주일 <바른 말, 고운 언어는 ‘천국의 싹’입니다.> 2 월평장재봉신부 2019.03.02 27
111 2019년 예수 성탄 대축일 <예수님의 별명은 임마누엘> 월평장재봉신부 2019.12.24 23
110 2019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19.12.28 24
109 2019년 전교주일 월평장재봉신부 2019.10.17 12
108 2019년 주님 공현 대축일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1.02 30
107 2019년 주님 세례 축일 1 월평장재봉신부 2019.01.12 60
106 2019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부활의 선물, 준비하셨습니까?> 월평장재봉신부 2019.04.14 38
105 2020년 교구 수호자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20.10.03 18
104 2020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 <믿고 희망하며 늘 사랑하고 더 사랑합시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11.21 16
103 2020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몸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06.12 19
102 2020년 대림 제 4주일<오실 예수님께 바칠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셨나요?> 월평장재봉신부 2020.12.18 14
101 2020년 대림 제1주일<희년의 축복 누리십시오> 월평장재봉신부 2020.11.27 16
100 2020년 대림 제2주일 <매일 기다렸습니다. 아기예수님!> 월평장재봉신부 2020.12.05 12
99 2020년 대림 제3주일<대림,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시기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12.10 9
98 2020년 모든 성인 대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20.10.31 11
97 2020년 부활 제2주일 자비주일 <“그러니 즐거워하십시오”> 월평장재봉신부 2020.04.18 19
96 2020년 부활 제3주일 <부활절, 스무하루…… 알렐루야!> 1 월평장재봉신부 2020.04.26 11
95 2020년 부활 제4주일 <착한 목자, 우리 주님> 1 월평장재봉신부 2020.04.30 27
94 2020년 부활 제5주일 <한 눈 팔지 맙시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05.09 28
93 2020년 부활 제6주일 <축복의 비결> 월평장재봉신부 2020.05.16 1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