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자 자기의 생각이나 뜻을 버려야만 합니다. 나의 생각이 섞이면 나를 보낸 이의 뜻이 흐려집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친히 나에게 명령하셨다.”라고 하십니다. 또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는 말이다.”라고도 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그분께서 어떤 말씀과 행동을 하시려고 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증언해야 할 이들 가운데 당신을 배신할 사람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분명 그때나 지금이나 “제 빵을 먹던 그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들었습니다.”라고 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교회 안에서 어떤 이들은 말씀을 증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욕망을 채우려고 그런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이 아니라 자기를 증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발꿈치를 치켜들며 대든 사람이 누구라고 밝히지 않으십니다. 교회는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이끄는 힘은 사람이 아니라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개인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를 위하여 오셨습니다.
교회는 세상에 파견된 그리스도의 선물입니다. 선물 포장지가 조금 상했다고 그 안에 든 선물까지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이따금 신뢰할 수 없지만 성령을 믿어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부족한 인간들이 모인 교회를 그리스도를 드러내 보이는 곳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