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양식은 부모의 살과 피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주는 양식을 먹으며 부모가 그 양식을 준비하려고 한 고생도 함께 먹습니다. 그렇게 자란 자녀는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닙니다. 부모에게 감사하니 최대한 부모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말을 잘 따르고 부모가 바라는 대로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손에 놓인 성체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살과 피를 봅니다. 신앙인도 성체성사를 통하여 생기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납니다.
그러나 이 진리를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라며 말다툼을 벌이고, 마침내 많은 이가 예수님을 떠나갑니다(요한 6,66 참조). 그들이 떠나는 것은 믿기 싫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믿을 수 없어서입니다. 진정으로 믿지 못하면 상대방이 주는 어떤 사랑과 관심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과 관심을 받아들인다면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마음이 솟아납니다. 감사는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만듭니다.
인간은 사랑이 없으면 온전해질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은 믿지 못해도 사랑은 믿어야 합니다. 자신은 사랑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음식을 안 먹고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자녀가 부모가 주는 양식 없이 살 수 없듯이,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성사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