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 있느냐?
이종인 디오니시오 / 교구 꾸르실료 주간 jilee@dongju.ac.kr
한 때는 소명에 불타서 뜨거운 열정으로 온갖 어려움을 감내하며 주님 사업에 동참했지만 그 열정이 사그라들고, 타오르던 불꽃도 꺼진 채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습니까?‘현재 나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성당 공동체에 한 발만 넣고 사는 외발잡이 신자는 아닌지?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평신도인 나는 교회 밖에서 물끄러미 교회 안을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먼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교회 밖에서 길을 잃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면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근거이며, 영성생활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아침기도, 저녁기도를 포함한 기도생활은 물론이고, 주님을 가슴에 품으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사도직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꾸르실료운동도 사도직 활동 중 하나입니다만, 기도와 묵상, 피정, 성사 생활, 성경공부, 성체조배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본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형제자매들과 공동체를 형성하여 은총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너 어디 있느냐?”(창세 3, 9)라고 찾으십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신앙상태를 물으시는 말씀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아서가 아니라 하느님 뵙기가 부끄러워서 숨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이 택한 백성은 모태에서 빚기 전에 아시고,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성별하시어 자신의 깊은 뜻에 따라 부르십니다.(예레 1, 5 참조) 우리가 하느님을 찾기 전에 하느님께서 먼저 찾으십니다. 만약에 인간이 교만하여 하느님과 맞서려고 한다면, 결국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 가운데서 기쁨과 겸손함으로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합니다.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능력의 손을 내미시어 우리의 입에 대실 것이며,(예레 1, 9 참조) 그분의 능력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