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29호 2015.05.24 
글쓴이 최재석 사도요한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최재석 사도요한 / 교구평협 사무국장 choijs1111@hanmail.net

한국평협은 1980년대 말에 신뢰성 회복이라는 주제로‘내 탓이오!’운동을 전개했고, 10여 년 뒤인 2001년에는 도덕성 회복 운동으로‘똑바로’운동을 펼쳤다. 어느정도 빛이 바래긴 했지만 지금도 가끔씩 자동차 뒷면 유리에 이 문구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차를 볼 수 있다. 금년 4월에는 서울대교구를 필두로‘답게 살겠습니다!’선포식을 가졌다. 이러한 운동은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만 높이 세우고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실천 계획이 뒤따라야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는 문화운동이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말씀에서‘제 각기 다른 나라 사람이 모여 그들의 언어로 말을 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 말로 듣고 있다.’(사도 2, 1~11 참조)고 전한다. 신뢰 회복이나 도덕성 회복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이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 개인이 놓인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실천의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올해 우리 교구는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 3년차‘문화 복음화의 해’를 지내고 있다. 교구장께서 실천지침으로 영성 문화운동과 생활 문화운동을 제시하셨지만, 이 역시 모든 본당과 개인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다면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가정, 직장, 본당 공동체마다 상황에 맞고 실천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여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에서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가져야 진정한 새 복음화의 세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원주민의 기우제는 하느님께서 꼭 들어 주신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꾸준히 기우제를 올리기 때문이다. 우주를 정복하고 정보문화가 기가(Giga, 10-9 sec) 속도로 지원되는 오늘날 우리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들의 행위는 무모하기 짝이 없고 우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다름의 미학이요 문화의 차이이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방식과 전통이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들만의 전통과 문화가 있다. 수많은 계획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외침의 소리는 높지만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실천계획이 미흡하여 덮어쓰기만 반복하면 단순 휘발성 운동이 된다. 믿는이로서 공동체의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과연 예수님의 부활은 내 삶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 왔으며 나는 또 그것을 어떻게 살아 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멀리보고 꾸준히 나아갈 때 계획된 활동과 운동은 비로소 완성의 탐스러운 열매를 맺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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