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기
조삼제 프란치스코 하베리오 / 교구평협 자문위원 cho3je@hanmail.net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정체성’을 자주 떠올리게 한다.‘정체(正體)’를 사전에서는‘본디의 참모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체성을 잃으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해악을 끼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올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했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여러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높아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정치인들이 정체성을 잃은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우리 교회도 구성원 개개인은 물론이고 본당, 신심 단체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정체성을 자주 되새겨 보고 성찰할 때라고 생각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 13)라는 성경 구절은 우리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말씀이라 생각된다. 124위 시복의 은총에 응답하기 위해,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에서 시작한 평신도실천운동의‘○○답게 살아가겠습니다.’라는 표어도 우리들의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함축적인 표현이며 스스로의 다짐이라 생각된다.
어느새 우리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중산층 위주의 공동체가 되었다는 사실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과연 사랑의 공동체 모습인가? 우리의 영성이 성당 시설물의 규모나 훌륭한 외형에 걸맞은 모습일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일까?
신심 단체의 경우에도 그 설립 목적에는 예외 없이‘복음 전파’가 첫 번째에 자리하고 있다.‘구성원들 간의 친교 도모’는 부차적이며,‘재능이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생각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순수한 신앙심으로 희생하고 봉사하고 있지만, 간혹 자신을 먼저 드러내기를 바라거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그리고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벽도 존재하는 듯하다. 형편이 어려운 교우들이 활동할 단체를 찾기 힘들어 하거나, 성지순례 등의 행사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등도 적지 않다. 우리가 속한 각 단체들의 정체성과 연관지어 보면 스스로를 자주 되돌아 볼 일들이 참 많다고 생각된다.
복음 전파가 따로 있는가? 각자의 위치에서 소금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이웃에게 빛을 비추는 하느님 자녀로서의 참모습을 찾는 것이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복음 전파의 지름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