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운석은 하느님의 편지
김상진 요한 / 중앙일보 기자 daedan@hanmail.net
운석이 3개나 떨어져 사람들이 몰리는 경남 진주시 미천면을 취재하느라 다녀왔습니다.
운석이 떨어진 콩밭 구덩이 앞에는 돈을 놓는 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천 원짜리 지폐가 수북했습니다. 나약한 인간은 여기서도 복을 빌고 있었습니다. 구덩이도 민속신앙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우주의 기’를 받겠다며 구덩이의 흙을 가져갔습니다. 사람들은 돌 구덩이 하나에도 이렇게 작아집니다.
운석은 성경에도 여러 번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주님께서 죄를 많이 지은 소돔과 고모라에게 유황과 불을 퍼부으셨다는 창세기의 내용입니다.(창세 19 참조) 소돔과 고모라와 그 들판의 온 땅을 내려다보니 그 땅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운석이 비처럼 내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천면 주민들의 말을 빌리면 운석이 떨어지는 그날 밤‘펑’‘빠바방…’하는 소리가 100여 번이나 들렸다고 합니다. 요즈음도 이러한데 창세기에는 운석이 더 많이 떨어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마을은 온통 돈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운석값을 물었습니다.‘운석 로또’를 찾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운석 발견자와 운석 낙하지점 땅 주인과의 소유권 비율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운석을 매장 문화재로 지정해 개인이 소유권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진주 운석을 놓고 돈에 관한 이야기만 나도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운석은‘별똥별’이라 부르는 유성이 지구에 떨어진 것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이나 태양계를 떠돌던 먼지가 중력에 이끌려 지구로 떨어진 것이죠. 지구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대기와 마찰로 불에 타는 모습이 아름다운 별똥별로 보입니다. 타고 남아 지구에 떨어진 시커먼 돌멩이가 운석입니다. 진주 운석은 그동안 우리가 무관심했던 우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해 줬습니다. 신앙인의 눈으로 우주를 생각하니 조물주의 실존도 더 가까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대우주 앞에 유한하고 미약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도 다시 실감합니다.
어릴 때 여름철 먼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별똥별이 내리는 우주 어딘가에‘하느님이 지으신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이 세상에서 운석은 하느님 존재를 깨닫게 하는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