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를 데려오셨네요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gentium92@yahoo.co.kr
올여름도 세 자매 교구 교류를 위해 인판타 홈스테이를 다녀왔다. 마닐라에 도착하자마자 큰 태풍으로 많은 곳이 침수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인판타로 들어가는 길은 안전했다. 가서 처음 들은 소식은 작년에 홈스테이를 했던 마리오 씨가 중병으로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병문안을 가보니, 지난 3월부터 몸져누웠다고 한다. 무더운 날씨에 환자도 가족도 모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사목 수첩을 펴고 병자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데 말 한마디조차 못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의 모습에 울컥했다. 그래도 팔을 바르르 떨면서 성호를 긋는 모습에 그의 마음속에 주님이 머물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이 함께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여대생인데, 휠체어를 타고서라도 가겠다고 큰 용기를 내었다. 사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먼 여행을, 그것도 이동이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하는 데는 건강한 사람들의 상상보다 더 많은 용기와 신뢰를 필요로 한다. 늘 보살펴주던 부모의 손을 떠나는 것과 여행 중에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심적 부담감이 두 발을 묶기 쉽다. 이 가운데, 그녀가 가진 신앙이 큰 힘을 주었으리라 믿는다. 그것은 이 여행이 보다 당신을 의지하게끔 초대하는 주님의 부르심이라는 것과 동행하는 이들의 형제적 사랑을 믿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바퀴를 굴리는 그녀의 손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 친구가 홈스테이를 한 가정은 4년 전, 일본으로 홈스테이를 왔던 같은 또래 여학생 집이었다. 그래서, 더욱 인판타에 가고 싶다고 마음을 굳혔는지도 모른다. 호스트 패밀리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교사인데 이미 딸 셋을 훌륭하게 키워낸 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아예 휴가를 내고, 일본에서 온 또 하나의 딸을 극진히도 보살폈다. 이동할 때마다 휠체어를 끌었고, 집에 돌아가면 땀에 젖은 딸을 손수 씻겼다. 1주일 여정동안, 그녀의 모든 손과 발, 눈과 마음은 네 번째 딸에게 온전히 향해 있었다. 진정 혈육을 넘어서서, 신앙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케 해 주셨다.
더불어, 이 친구 덕분에 우리 그룹은 늘 사랑이 넘쳤다. 왜냐하면, 모두의 마음이 에고(Ego)를 떠나서 이 친구에게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었다. 흔히,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이가 있으면 그가 내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에게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이에게 장애우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일 따름이다. “이번에는 천사를 데려오셨네요.” 반지 수녀님의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