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오늘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과 그 희생자들을 기억합니다.
‘주님의 종’의 둘째 노래에서 뽑은 오늘 독서는 모태에서부터 받은 종의 사명, 곧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이스라엘의 생존자들을 끌어 모으며, 하느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민족들의 빛이 되는 사명을 들려줍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이루실 보편적인 구원의 사명입니다.
유다의 배신과 베드로가 당신을 모른다고 할 것을 예고하시는 오늘 복음은, 파스카 만찬 예식의 준비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뒤, 산란한 마음을 드러내시며,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당신을 팔아넘길 것이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어리둥절할 때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 요한은 베드로의 지시에 따라 누구를 두고 하신 말씀인지 그분께 묻습니다. “내가 빵을 적셔서 주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
주님께서 빵을 적신 뒤 그것을 들어 시몬의 아들 유다 이스카리옷에게 주셨고,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갑니다. 유다에게 빵을 주신 예수님의 행위는 본디 배려의 행위, 곧 유다가 주님을 죽이려는 계획을 제대로 수행하고 그의 야심과 원한으로 깨진 우정을 회복하라는 초대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을 유다가 결정적으로 거부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십니다. “네가 하려는 일을 어서 하여라.”
유다가 밖으로 나갔을 때는 밤입니다. 배신자는 빛이 드러나지 않는 어둠의 본보기입니다. 유다는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는 자입니다. 그의 활동은 사악했습니다.
주님께서 예고하신 밤(요한 9,4 참조), 어둠이 권세를 떨칠 때(루카 22,53 참조)가 다가왔습니다. 이때 땅을 덮은 기나긴 밤은 주님께서 부활하시는 날, 이른 아침 여명으로 다가옵니다.(안봉환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