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사람을 낚다
김기영(안드레아) 신부
사제 연피정을 다녀왔다. 장소는 일본 가톨릭 교회의 1번지라고도 불리는 나가사키의 우라카미(浦上)였다. 주님의 이끄심으로 참 훌륭한 지도 신부님을 만났고, 수많은 강의 중에 특히 심금을 울렸던 이야기가 있어서 나눌까 한다. 피정은 끝났지만,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은총을 체험한다.
때는 30년 전, 신부님이 우라카미 천주당의 보좌신부로 있었을 때, 잊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매일 새벽같이 사제관 문 앞에 금방 잡아올린 듯한 생선이 놓여있더라는 것이다. “웬 생선이 아침 댓바람부터 놓여있냐”며 의아해했지만, 그 일이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누가 생선을 가져오는지 도저히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하루는 작정하고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기다렸다고 한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직 어둑어둑한 성당 오르막길을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끌고 올라오더란다. 엔진 소리에 신부가 잠을 깰까 봐 시동을 끄고 오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는 싣고 온 생선 봉지를 사제관 문 앞에 살포시 놓아두고는 다시 소리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내려가더란다. 신부님은 이 모든 것을 창틈으로 빠끔히 내다보고 있다가 후다닥 달려나가서 그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신자들 얼굴도 제대로 모를 때였다. 알고 보니 본당 신자였고, 고기 잡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밤새 고기를 잡아서 집에도 들리지 않고 바로 성당으로 온 것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아침마다 고기를 사제관 앞에 가져다 놓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이러더란다. “신부님, 선행을 베풀 때는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베풀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제 주위에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니 딱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하나는 옆집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였고, 또 하나는 신부님이었습니다.”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묘한 기분이 신선한 새벽 공기와 함께 초임 신부의 가슴을 흔들어대었고, 이후로도 그 형제님의 마음이 예수님 마음이려니 하고 가슴 한쪽에 고이 접어서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사제로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형제님의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단다. 지금은 20년째 교정사목을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그 어부 형제님의 비릿하고도 소박한 마음을 전한 덕분에 많은 수인이 하느님께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30년 전, 어느 새벽녘에 나누었던 한 신자 분과 젊은 신부의 짧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찾아야 할 보물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기억하는 마음이었다.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