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 이제 알았습니다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우리 성당에서는 매달 한 번 영화 감상회를 한다. 천주교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성당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상영작 설정은 전례력 테마를 우선으로 하지만, 때때로 시중에 화제로 떠오르는 따끈한 휴머니티 작품도 마다치 않는다. 영화 감상회는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역시 주님께서도 축복해 주시는 거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처음에 그 비싼 장비를 사겠다고 교우들과 승강이를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신부님! 그 비싼 걸 사다가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러십니까?”, “아니, 고기를 낚으려면 당연히 떡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아깝다고만 생각 마시고 투자 좀 하시지요?” 이렇게 설전을 거듭한 끝에 겨우 설득했다.
본당 비품 구매 시 여느 신부님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좀 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 오카야마 시내의 전자상가는 모조리 헤집고 다녔다. 그때 팔았던 발품 하나하나들이 기도가 되었는지 기계들이 아직 쌩쌩하다. 이제는 영화관람뿐만 아니라 강연회나 미사 강론 때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가끔 다음 상영작은 뭐냐고 교우들이 물어올 때면 기쁘기 그지없다.
지난달, ‘마르첼리노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함께 보았다. 많은 분이 이 영화에 남다른 추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꼬맹이 시절 성당에서 이 영화를 보여 준다길래 무작정 뛰어간 적이 있었다. 어둑해진 밤, 벌써 많은 교우가 성당 마당에 모여 있었고, 성당 외벽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 생애 최초의 야외극장이었던 셈이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사이에 영화가 끝나고, 예수님 무릎 위에서 너무나도 고이 잠든 마르첼리노가 많은 이들의 눈물을 적시게 하였다.
그때의 생각을 떠올리다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다. ‘아, 이 마음이셨구나!’ 그 당시 신자들을 위해 영화를 상영해 주셨던 본당 신부님의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왔던 것이다. 가슴 한쪽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사목자의 기쁨! 그것은 곧 맡겨진 양들을 주님께 데리고 갈 때 알 수 있는 것임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예수 성심 성월을 지내면서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10, 11)하신 주님의 말씀을 거듭 묵상하게 된다. 더불어, 오늘도 삯꾼으로 살지 않도록, 우리를 떠나간 양들조차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착한 목자의 마음을 주십사고 십자고상 앞에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