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 독서는 광야를 지나갈 때 양식과 물이 부족하여 고통받던 이스라엘 백성을 회상합니다. 양식과 물이 부족하게 된 그들이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자 하느님께서 불 뱀을 보내시어 많은 이가 물려 죽습니다. 백성은 하느님께 죄를 지었음을 깨닫고 주님께 기도하여 불 뱀들을 치워 달라고 모세에게 청합니다. 
그에 대한 하느님의 대답은 용서이고, 모세가 주님의 명에 따라 기둥 위에 달아 놓은 구리 뱀은 그 용서의 표징입니다. 불 뱀에 물린 자는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습니다. 이것은 조잡한 비밀 예식일까요? 아닙니다. 지혜서(16,6 이하 참조)에서 말한 대로, 하느님의 은총과 용서를 구하면서 믿음으로 쳐다볼 줄 아는 사람을 위한 하느님 구원의 초기 표징입니다. 
그런데 열왕기 하권은 경건한 히즈키야 임금의 종교 개혁에 대하여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는 …… 모세가 만든 구리 뱀을 조각내었다. 느후스탄이라고 불리던 그 구리 뱀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이 그때까지도 향을 피웠기 때문이다”(18,4). 이 사실은 예로부터 중동 전역에 널리 퍼진 구원의 신에게 드린 우상 숭배의 흔적을 보여 줍니다. 두 마리의 뱀이 감기어 있고 꼭대기에 쌍날개가 있는 지팡이의 표상을 고대 문명이나 근동 지방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옛 그리스인들도 그런 표상으로 나타내는 치유의 신에게 예배를 드렸습니다.
요한 복음은 구리 뱀의 표징과 모세보다 더 뛰어난 중개자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직접 연관시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3,14-15).(안봉환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