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파스카 축제, 곧 하느님 구원의 심판, 죄와 죽음에 거둔 예수님의 결정적인 승리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이 때문에 간음한 여자를 단죄하지 않으시고 고소한 이들의 정체를 폭로하시면서 당신의 단죄도 거두어들이십니다. 
반면에 우리는 다른 이들을 판단하려는 타고난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죄를 씌우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다른 이들을 가혹하게 고소하면서 그들보다 훨씬 낫다고 여깁니다. 이는 어리석은 환상이요 근시안적 태만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다 죄인이고 불완전한 피조물입니다. 
우리가 죄인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회개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를 신문하거나 질책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를 용서해 주시고 사랑받고 다시 태어난 사람으로 받아들이시며 우리의 존엄을 회복시켜 주십니다.
정결한 수산나에게 음욕을 품은 두 원로는,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는 잘 보면서 자신 안에 있는 들보를 깨닫지 못하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웃 형제들을 심판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심판은 인간의 심리적 상태와 자유의 한계 그리고 각자의 책임과 죄의식을 통하여 사람들의 마음속까지 모두 알고 계시는 하느님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께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마태 7,1-2)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과 용서는 죄인의 권리를 회복시켜 주고 다시 태어나게 해 줍니다.(안봉환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