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잔치의 초대장

가톨릭부산 2015.11.04 08:02 조회 수 : 329

호수 2139호 2011.12.25 
글쓴이 이창신 이냐시오 신부 

하늘 잔치의 초대장

이창신 이냐시오 신부 / 노동사목 담당

결혼 초대장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초대장에는 잔치의 정보가 있어 잔치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개성 있는 초대장이 많아서 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입니다. 초대장으로 우리는 잔치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잔치를 기다리게 됩니다. 베트남에서는 낮에 혼인식을 하고 나면 저녁에 식당이나 집에서 큰 잔치를 합니다. 그런데 이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초대장이 꼭 있어야 합니다. 초대장은 귀한 사람에게만 줍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다 생각했어도 정작 이 초대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대장을 받았다는 그 사실만으로 초대한 사람으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고, 귀한 존재가 됩니다.
오늘 온 세상은 2000년 전 베들레헴 들에서 양 떼를 지키던 목동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던 일을 기억합니다. 천사들은 목동들에게 구세주 탄생을 일러주면서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너희를 위한 표징’이라고 말합니다. 목동들은 천사가 말한 것을 확인하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목동들이 기뻐한 것은 천사들의 말을 확인한 것이 신기해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기다린 구세주를 직접, 먼저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 표징을 확인하기 전의 세상은 이제 그 표징으로 달라지리라는 희망으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성경에서 하늘나라는 혼인 잔치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은 먼저 잔치에 함께할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늘나라를 열어두셨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은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보내온 초대장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이 초대장은 여느 다른 초대장과는 다릅니다. 보통 초대장은 잔치의 정보는 있지만 잔치와 구분됩니다. 하지만 아기 예수님이라는 초대장은 바로 그 잔치이기도 합니다. 초대장과 함께 잔치가 우리에게 왔습니다. 놀라운 신비입니다. 
초대장과 함께 하늘나라가 이 땅에 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보게 합니다.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조금만 우리의 자리를 옮기면, 거친 외침 뒤의 가난과 진실을 조금만 더 오래 보고 들으면, 우리의 힘과 기도를 필요로 하는 곳이 참 많음을 알게 됩니다. 가난한 모습으로, 가난한 목동들에게 먼저 보이신 아기 예수님. 그분의 초대가 그분의 뜻대로 세상 어둡고 소외된 곳으로 잘 전달하는 일은 우리의 일입니다. 아기 예수의 성탄으로 더 많은 이에게 사랑과 정의가 불타오르기를 희망하며 그분의 탄생을 여러분과 함께 기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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