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도(가톨릭성서사도직)
루카 1,26-38








다시듣기가 안되시는 분은 바로듣기를 선택해주십시요

 

 

 

어렸을 때의 기억을 곧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신기합니다. 형님은 아주 어렸을 때 집에서 작은 농장을 했고, 그곳에서 젖소도 키우고 오리도 키웠던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저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몇 개 안 되는 기억 중에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일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새로운 환경, 선생님과의 첫 만남, 또래 친구들. 즐거움으로 가득 차야 할 순간이지만, 문득 엄습해 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엄마로부터의 첫 독립은 저에게 두려움과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쁨과 희망, 해방의 순간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울음뿐이었습니다. “엄마!”하고 말입니다.

평화 방송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사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 축일은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예전에는 성모 영보 대축일이라고 하였는데, 영보란 성모님께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천사에게서 들었다는 뜻입니다. 이 대축일의 날짜는 주님 성탄 대축일에서 아홉 달을 역산하기 때문에, 성탄과 관련된 축일이지만 지금의 사순시기와 겹치게 됩니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를 향한 천사의 말은 이미 구약의 시대 이스라엘의 백성이 고대하고 꿈 꿔왔던 것입니다. 아브라함, 모세 그리고 수많은 구약의 예언자들에게 하셨던 하느님의 약속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삶 속에 하느님의 말씀이 실현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마리아를 향한 천사의 말은 오랜 기다림의 약속이 실현됨을 알리는 장엄한 선언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의 말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 속에 구약의 예언자들이 가졌던 것과도 같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결의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실현은 순종과 결의만으로 성취되지 않습니다. 하느님 약속의 깊이와 넓이 앞에 마리아는 두려움에 떱니다.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조차 하느님의 거대한 깊이와 넓이 앞에 의구심과 두려움으로 떱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삶의 변화와 변혁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께서는 측량할 수 없는 만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은총을 마련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세상 속에 두려움과 의구심이 일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의 품을 떠나는 순간부터, 아니 태어나는 순간조차 두려움과 의구심의 연속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두 부류이다. 첫 번째는 죽은 사람, 두 번째는 정신이상자.” 이 말은 곧 우리는 영원히 두려움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두려움을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에잇, 그것이 되겠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해?”, “적당히 해.” 말로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신앙을 과소평가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더 많은 것을 주시고자 하시는데, 오히려 우리가 그것을 제한하고 축소하며 마다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리아와 천사의 대화, 하느님께서는 이 대화가 우리 모두의 대화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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