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근절시킬까?

가톨릭부산 2015.11.04 10:35 조회 수 : 11

호수 2113호 2011.07.10 
글쓴이 박주미 

어디에서 근절시킬까?

박주미 / 노동사목 부소장

아직은 장래가 촉망되고 젊음을 만끽하고픈 청년 학생들에게 미래의 삶에 대해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지금은 부모의 재력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공부만 하면 되지만,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 어떠한 형태로든 생활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들도 결국 ‘노동자’로 살아가지 않을까? 
노동자라고 하여 특별히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노동자는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일한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노동자인 것이다. 그런데 뻔히 알고 있는 이 사실이 사회에서는 아닌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공무원도, 교사도, 대학교수도, 대기업 현장노동자도, 사무직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현재도 많은 청년 학생들은 등록금을 보태고 용돈을 마련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벌고있다. 일을 한 시간이라도 더 하고 돈을 더 많이 받고 싶지만, 시급은 최저임금으로 정해져 있다. 다행히 일한 것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다 받으면 그나마 일에 대한 긍지와 스스로의 자존감이 커진다. 비록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업주들은 싼값에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주어야 할 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청년 학생들이 억울해 하기도 하고, 실망과 좌절로 세상을 험하게 인식한다. 일은 마지못해 하는 것이고, 될 수 있으면 일 하지 않고 많은 돈이 생기길 바라며, 남 보기에 깨끗하고 힘들지 않고 멋있어 보이는 일자리만 찾으려 한다.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존경심이나 존중감은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 부모가 노동자인 것을 감추거나 부끄러워 떳떳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의 가치와 고귀함, 노동인권, 존중감 등에 대한 것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에서는 노동은 천하고, 노동자는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각종 시설과 물건을 만들 수 없다면 돈만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 이미 알고 있지만,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편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기름때 묻은 옷을 입고 밤잠을 설치며, 불규칙적인 식사로 몸을 망치고, 약을 한 웅큼 씩 먹어가며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생겨난 노동에 대한 관점, 노동자를 천시하는 잘못된 생각, 이런 것들을 어디에서 근절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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