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부활의 찬가를!

가톨릭부산 2015.11.04 10:28 조회 수 : 72

호수 2103호 2011.05.01 
글쓴이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5월이다. 부활의 찬가를!

정경수 대건안드레아 / 수필가

오월이다. 계절의 여왕으로 칭송받지만, 그 위에 주님의 부활하심을 기뻐하는 더욱 뜻 깊은 시기다. 지난 겨울이 유난히 길고 또 추워서였던지 우수, 경칩을 지나 따스한 햇살이 퍼지니 석대 꽃 시장에는 화초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나도 화초와 묘목 몇 그루를 사 와서 심었다. 

어린 동백을 밖에 두었더니 하룻밤 사이 한파에 잎이 얼어버렸는지 영 살 기미가 없다. 지난 4월 중순 끝자락엔 강원도 산골에 30㎝ 의 눈이 내렸다.

이곳 정관 좌광천 주변의 들녘도 호된 추위로 긴 겨울을 지냈다. 길길이 자란 풀들은 말라 북풍에 흩날리고, 천 변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린 버들은 거의 죽은 것처럼 보였다. 왜가리를 비롯한 새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겨울을 이곳에서 난 서른 마리 남짓한 청둥오리들만이 겨울을 잘 넘기고 있었으나 먹을 것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맑은 물속에서 놀던 그 많던 피라미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계절의 순환 앞에 움츠렸던 온갖 생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환희의 찬가를 부르는 봄은 다시 생명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언덕의 매화가 꽃을 피우자 천 변의 버들강아지가 부풀어 오르고, 이어 노란 산수유 꽃이 피어난다. 버들은 가지가 연한 연둣빛으로 물들면서 솜털이 부풀어 오르더니 갈색을 띄다가 이내 씨를 담은 솜털이 바람에 안개처럼 흩날려 흩어진다. 물에 반사된 햇살에 눈이 부시고 연둣빛 잎 끝에는 봄바람이 반짝이며 흐른다. ‘버들눈이 봄을 곁눈질 한다’는 싯구가 생각나는 봄이다 

이른 아침 물가엔 까치와 크고 작은 새들이 물에 깃을 다듬는다. 청둥오리들이 천을 따라 무리지어 자리를 옮기면서 수초를 뜯고 물살 따라 동동 흘러가기도 한다. 바위를 밟으니 새까만 피라미들이 겨우내 쌓였던 물 먼지를 날리면서 재빠르게 딴 바위 밑으로 가서 숨는다. 천 변의 마른 풀숲 사이를 누비는 것은 참새나 박새 무리다. 이놈들도 물가로 와서는 물을 찍고 꼬리를 간댕거린다. 직박구리는 큰 물버들 가지에 수십 마리가 떼 지어 앉았다가 물가 풀 섶으로 나와 이제 눈을 뜬 벌레들을 쪼고 있다. 

추위에 움츠리고 굶주리며 잘 견뎌내었기에 죽은 듯이 어디에서 지냈는지 모를 생명들이 물가로 날아들고, 메마른 가지에 새 생명의 움을 틔우고 있다.

우리가 사순 시기에 단식과 자선의 희생을 기도와 함께 나누고 힘들게 기다리며 보냈기에, 주님의 아름다운 부활에 동참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닐까? 뭇 사물들이 저토록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데 어찌 우리는 부활의 찬가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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