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의 9일 기도
하창식 프란치스코 / 부산대 교수 csha@pnu.edu
묵주기도의 모후이신 성모님을 생각한다. 정성을 다해 묵주기도를 바치는 주님 백성들에게 어김없이 하느님 은총을 분배하시는 성모님이시다. 내게도 성모님은 특별한 분이시다. 나를 성 교회로 부르신 그 날은 물론이고 지금 여기에서도 하느님 향한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를 이끌어 주신다.
성 교회에서 배운 기도 중에 묵주의 9일 기도를 나는 가장 즐겨 드린다. 간절히 은혜를 구하며 54일 동안 드리는 9일 기도만큼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은총이 넘쳐나는 기도가 또 있을까 싶어서다. 장미꽃 55 송이로 엮어 만든 꽃다발을 날마다 성모님의 발아래 드리며,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 그리고 티 없으신 성심으로 평생을 하느님 뜻에 따라 사셨을 성모님의 삶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위로이며 기쁨이다.
9일 기도를 바칠 때마다 성모님의 도우심과 내 안에 살아 계신 하느님을 체험한다. 때로는 기도 중에 즉시, 때로는 기도를 바친 몇 년 후. 놀라운 은총이 아닐 수 없다. 성모님은 내 기도 안에서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신다. 간절한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여겨져 낙심할 때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것을 주시려고 그랬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적지 않다.
전 교구적으로 ‘잃어버린 양’들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냉담 중인 교우들을 성 교회로 다시 돌아오게 하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성 교회를 잠시 떠난 그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언 마음을 녹여, 성 교회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데 너그러우시고 자애로우신 우리 신앙의 어머니 성모님께 의탁하는 길,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잃으신 아들 예수님을 사흘 만에 성전에서 다시 찾으신 성모님이시다. 그런 분이시기에 잃어버린 양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우리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실 것이다. 성모성월이다. 이번 성모성월엔 특별히, 냉담 중인 내 가족, 내 이웃이 성 교회로 돌아오도록 온 마음을 다해 묵주의 9일 기도를 바쳐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정성을 성모님께서는 인자롭게 돌아보시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나의 혼인잔치는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의 첫 기적이 이루어진 무대이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첫 기적이 성모님의 전구로 이루어졌음을 묵상하며 기도한다.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