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여는 마지막 열쇠

가톨릭부산 2015.11.02 15:47 조회 수 : 32

호수 2043호 2010.04.04 
글쓴이 김기영 신부 

부활을 여는 마지막 열쇠

김기영 신부

부활절이다. 매년 맞이하는 부활절이지만, 이 <다시 살아남>의 신비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 우리는 나름대로 죽을 준비를 한다. 회개, 기도, 절제, 단식, 자선, 금연, 금주 등 이 모든 것들이 <죽지 않고서는 부활도 없다>라는 단순하지만 지난 2천년 간 교회 역사를 이어 온 부활신앙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이다. 비단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내 신앙을 싱싱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부활의 새로운 체험은 늘 절실하고 목마른 것이었다. 
올해는 두 군데 사순절 피정 지도를 다녀왔다. 사실 피정 지도를 부탁받는 순간부터 내 십자가의 길은 시작된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것이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일본어 실력으로 무얼 할려고? 그건 그렇다 치고 스스로의 영혼도 돌보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영성으로 그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돌볼려고?’ 등 시덥잖은 변명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오신 공소회장님의 얼굴을 보면 <예,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한 번은 원고 준비를 하다가 힘에 겨워서 감실 앞에서 주님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주님, 진짜 가야 됩니까?’ “가거라!” ‘그냥 본당에서 미사만 하면서 조용히 지내면 안되겠습니까?’ “.......” ‘주님, 정녕 저를 버리시나이까?’ “.......”
그렇게 예수님께 등을 떠밀리다시피 성당 문을 나선다. 길도 멀어서 차로 3시간을 달려야 하는 곳도 있다. 죄없는 핸들을 두들겨 가며 알고 있는 성가란 죄다 부르면서 주님이 함께 하심을 온 몸으로 느낀다. 하루 종일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도록 이야기를 하지만, 요약해보면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여러분, 우리 주님의 십자가를 보십시오. 그리고, 십자가의 증인이 되십시오. 거기에 내 인생의 풀리지 않는 모든 답이 있습니다.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힘겹게 특강을 마치고, 이어지는 신자들의 고해를 들으면서 왠지 주님께서 “가거라!” 하시며 등을 떠미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보았는지 모른다. 고해소의 티슈가 한 장, 두 장 뽑혀나갈 때마다 그들의 죄도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감을 느꼈다. 우리 역시 가족과 친척, 공동체의 형제, 자매를 용서하지 못해서 골고타 언덕의 막바지에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용서는 나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 뒤에 부활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올해 사순절, 주님은 이들의 눈물을 통해 부활을 여는 마지막 열쇠가 용서임을 가르쳐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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