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안에 치유

가톨릭부산 2015.11.02 15:45 조회 수 : 11

호수 2040호 2010.03.14 
글쓴이 정순남 막달라마리아 

말씀 안에 치유

정순남(막달라 마리아)

사순절이면 아픔이 화살처럼 되살아납니다. 이십여 년 전 우리 부부가 세례 받은 후 2년쯤 되어 남편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저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혼자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믿음은 한치도 자라지 못한 초신자였을 때 백날을 울며 불며 넋두리하던 때가 사순절이었습니다. 

당시 새벽 삼종기도부터 아침, 저녁 염경 기도를 빠뜨리지 않았으며 묵주로 바치는 9일 기도가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하여 맹목적이나마 혼신을 다해 끊임없이 받쳤습니다. 54일 기도가 끝날 무렵, 밤을 지새던 고통스러움은 없고 포근히 잘 잔 느낌이 들며 누군가 내 옆구리를 부드럽게 살살 흔들었습니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니 방안엔 나 혼자여서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며 새벽 기도를 드리는 중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닿는 듯하며 내 손에 성경을 들게 하여 시편 일편을 펴게 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길은 악을 피하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푸르리라" 이 말씀이 주님과 인격적 만남으로 내게 생기를 돋워 주셨으며, 그 날부터 매일 하루 세 번 신·구약 3장씩을 끼니를 메우듯 읽고 경청하게 하여 밤에 잠잘 때는 성경을 품에 안고 잠들었으며 말씀과 입맞춤하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사막에서 들려오는 하갈의 울음을 들으신 주님께서 저의 고통을 들으시어 일으켜 주셨습니다. 약이 되는 말씀은 어느 고사성어보다 거룩하게 내 죄를 깨닫게 하셨으며 "네 안에 탐욕을 버리면 바로 세워주리라" 이 말씀이 눈물로 통회하여 십자가 앞에 꿇게 하였습니다. 제사보다 회개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자비는 상처 난 영혼 고통을 기쁨으로 내 입에 감사와 찬미가 넘쳐나 기도가 화답의 응답일 때 평화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잔을 또 한번 주셨습니다. 신앙생활 잘하며 지순하게 살던 딸이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다 하느님께로 갔을 때 청천벽력을 맞은 듯 몸을 가누지 못하여 허우적거릴 때 "좋은 것을 받았으니 나쁜 것도 받아들일 줄 알아라"(욥기 2, 10) 고통을 통하여 지혜를 배우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성령께서 낡은 것을 버리고 영적 새 옷을 입혀 주시기 위해 베푸신 은혜와 자비에 감사 드리며 주어진 삶을 잘사는 것이 멋진 삶이라 하니 이끄심에 맡길 때 평화와 복이 함께 합니다. 순간마다 경이로움에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 아직도 내 몸엔 잔병의 가시가 남아 찌름에 십자가를 바라보게 하심이다. 오, 주님! 빈 무덤가에 서성이는 마리아의 이름 부활의 아침 날 불러 주옵소서.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641호 2021.03.07  오후 5시 한옥선 율리아 
2209호 2013.03.31  줄탁동시(啐啄同時) 김광돈 요셉 
2205호 2013.03.03  고된 삶의 사람들 박주미 막달레나 
2113호 2011.07.10  어디에서 근절시킬까? 박주미 
2040호 2010.03.14  말씀 안에 치유 정순남 막달라마리아 
2025호 2009.12.13  나눔과 기다림 박주미 막달레나 
1991호 2009.05.03  내적 여정 박주미 막달레나 
2764호 2023. 7. 2  진로 선택과 삶의 방향 잡기 file 김지영 마틸다 
2751호 2023. 4. 2  “나는 한국 사람인데.” 이영훈 신부 
2750호 2023. 3. 26  부활을 꿈꾸는 나에게 박선정 헬레나 
2746호 2023. 3. 5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기성세대와 신세대와의 관계 노태윤 미카엘 
2659호 2021.07.11  바다의 별 file 박준철 스테파노 
2651호 2021.05.16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부산가톨릭평화방송 
2582호 2020.02.20  [이콘 읽기] 주님 성전 봉헌 file 이인숙 안젤라 
2058호 2010.07.18  우선적 선택 박주미 
2022호 2009.11.22  많은 것이 달라요 김 루시아 수녀 
2008호 2009.08.23  어떻게 할 것인가? 박주미 
2813호 2024. 5. 19  인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영훈 신부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49호 2023. 3. 19  교회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사명을 찾는 여정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