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이 달라요

가톨릭부산 2015.11.02 15:29 조회 수 : 10

호수 2022호 2009.11.22 
글쓴이 김 루시아 수녀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날씨가 다르듯이 삶의 방법도 많이 다르다. 사과를 깎을 때도 방향이 달라 서로 위험하다고 말하고 숫자를 셀 때도 우리는 엄지손가락인데 이들을 새끼손가락이 일(하나)이 된다. 신입생을 면접할 때도 우리와는 달리 부끄러운 것까지도 쉽게 말한다. 아빠 직업을 물으면 "트라이시클 기사예요." "쓰레기장에서 일해요," "살인죄로 감옥에 있어요."등 자존심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열린 마음으로 살기 때문일까? 이해가 가지 않아 성당 사무장에게 우리 유치원 아이 아빠가 살인죄로 감옥에 있다고 하네요. 하니 "어! 우리 아버지도 살인죄로 감옥에 있는데 20년 됐어요" 한다. 살인자의 아들이 사무장으로 일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얼마 전에 나보따스 교도소를 방문했는데 높은 담도 철문도 없이 동네 한가운데에 있었다. 경찰이 지키고 있는 문 하나를 지나니 바로 감방이었고 수녀들을 본 수인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반갑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어디를 방문하고 있는지 당황했다. 감방 안을 들여다보니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처럼 좁은 계단식 의자에 백여 명의 수감자들이 빽빽이 앉아 있었다. 복도를 중심으로 6개의 방안에 500여 명의 수감자들이 산다기에 "잠은 어디서 자죠?" 하니 반은 서서 자고 반은 앉아서 자다가 바꾼다고 한다. 노인도 젊은이도 살인자도 마약범도 모두 한방에 있었다. 봉사자들이 선물을 나눠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축제가 열린 듯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따라 웃기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무거운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본드에 중독된 어린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배가 고파서 잠을 잘 수 없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식사대신 본드를 마시고 몽롱한 상태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신 본드가 어린이들을 병들게 하고 약을 구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선다니 얼마나 비참한 삶인가? 누구를 탓하고 해결책을 토론을 하기 전에 뭔가를 시작해야 될 것 같아 어르신들을 위한 밥집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밥집을 시작했다. 얼마나 도울지 모르지만 몇 명이라도 본드를 마시지 않고 잠들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교실을 짓기에는 부담이 커서 공소를 빌려 주방을 수리하고 마당에다 식탁을 차리는 소박한 밥집이 되었지만 점심밥을 먹고 떠나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포만감으로 행복했다. 

알파요 오메가이신 하느님!(묵시 1, 8) 맑은 눈망울을 가진 우리 어린이들이 긴 줄에 서 있다가 차례가 끊겨 배고픔을 안고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세요. 그 동안 나보따스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힘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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