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겨울이 좋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정신이 바짝 든다. 코끝이 시린 겨울바람을 맞고 나면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복잡한 여름바다 보다 한적한 겨울바다가 더 운치 있고 부산에 눈이라도 내리면 그건 겨울이 주는 보너스다. 그런데 겨울이 점차 늦게 온다. 여름이 한창 지났는데도 우리 집에는 아직 모기가 다닌다. 예전 같으면 쌀쌀한 바람이 불 때가 지났지만 일기예보에도, 거리의 옷차림에도 겨울은 늦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니 난 매년 조바심 내며 겨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나라의 지표면 온도는 1.5도 상승했다. 동해 바다온도는 20년 동안 0.06도 올랐다. 우리나라의 온도 상승률은 지구평균 온도 상승률의 두 배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날은 1910년대 연평균 62일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39일로 크게 줄었다. 100년 전과 비교하면 부산의 겨울은 17일 늦게 시작되고 37일 짧아졌다. 연평균 기온이 17.3도 올랐고 강수량은 10% 가량 늘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사라지는 풍경도 있다. 서민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던 명태국, 호프집의 대표 안주 노가리가 지금은 쉽게 즐길 수 없는 음식이 됐다. 그나마 대부분이 수입산 이다. 바다가 더워지면서 명태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간 내복. 첫 월급 타면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내복을 요즘은 입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걷기보다는 차타고 실내는 난방이 잘 돼서 내복 입을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오죽하면 정부가 나서서 내복 좀 입자고 캠페인까지 벌일까. 눈을 밖으로 돌리면 심각하다. 매년 숫자가 줄고 있는 북극곰은 먹이가 없어 동족을 먹어치우는 이상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투발루’라는 나라는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아예 나라가 사라질 위기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자초한 재난이다.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과 온실가스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나 편하자고 마음대로 쓰는 건 후손의 재산을 노략질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류는 지구를 아프게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제라도 가까운 거리는 걷고, 전기나 수돗물을 아끼는 작은 실천으로 지구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보기에 참 좋다고 하셨던 자연의 질서가 깨지고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는 다면 하느님도 노하실 것이다. 지구가 더위지면 하느님도 열 받는다. 나도 올 겨울은 노가리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내복부터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