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가톨릭신문 
게재 일자 3025호 2016.12.25 18면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구원자께서 태어나셨다” 

예수 성탄 대축일(루카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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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외치는 하늘 군대의 찬미 소리가 오늘도 세상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이사야가 예언한 아이, 어깨에 왕권을 지니고 있으며,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사 9,5)이라 불릴 아이가 2000여 년 전 이스라엘 땅에 탄생하였음을 온 세상이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온 세상은 암흑의 땅에 살며 어둠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로 대변되는 악의 구렁텅이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큰 빛을 보여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 탈출 때 이스라엘 백성이 지던 멍에와 장대, 부역 감독관의 몽둥이, 미디안을 치신 것처럼 이 아이를 통해 악의 세력을 치시어 우리 모두를 악의 구렁텅이 속에서 꺼내어 주셨습니다(이사 9,1-4). 그리고 우리를 다윗의 영원한 나라, 곧 하늘 나라에 들어가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들어가게 될 그분의 나라는 강대하고, 그 나라의 평화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 나라는 영원토록 공정과 정의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이사 9,6). 그래서 우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으로 온전히 드러나기 시작한 하늘 나라를 기뻐하며 화답송이 노래하듯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다”고 노래합니다. 예수의 탄생을 통해 드디어 하느님께서 온전히 영광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분 마음에 드는 모든 이가 이 땅에서 평화 가득한 하늘 나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노래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큰 영광을 가져다주는 아이, 왕권을 지닌 아이의 탄생 장면은 너무나 초라해 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와 요셉은 태어난 아이를 포대기에 싸 구유에 누입니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를 대고 누울 자리가 없습니다(루카 2,6).

주님의 천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자체가 하나의 표징이라고 소개합니다. 예수는 다시 한 번 무엇엔가 싸여 누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십자가에서 모든 이의 죄를 대속하여 죽은 뒤입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은 뒤 아마포에 싸여 무덤에 누입니다(루카 23,52). 이렇게 보면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인다는 것은 모든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아야 하는 예수의 사명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예수가 먹을 것이 놓여있어야 할 구유에 놓인다는 점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음식으로 내어놓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통해 구원에 이른 이들입니다. 또한 그분의 몸을 먹고 사는 이들입니다.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티토에게 이야기하듯이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 준 그 아기로 인해 모든 불의에서 해방되고, 깨끗하게 되었으며, 선행에 열성을 기울이는 하느님 소유의 백성이 된 이들입니다(티토 2,11-14).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고자 노력하며,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기억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은총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티토 2,11).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세상 곳곳에 선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함께 구원자의 탄생을 기뻐하기를 희망하며,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기쁜 성탄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성탄절이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이 나누는 기쁜 축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몇몇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임을 기억하는 기쁜 성탄 되시기를 빕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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