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4호 2016.1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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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성경의 가르침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습니다.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마태오 복음 5장 29절은 눈이 죄짓게 하면 차라리 그 눈을 빼버리라고 가르치는데, 현실적으로 실천 불가능한 가르침이 분명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예수님께서도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위기 11장 7절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예수님께서는 먹는 것이 사람을 더럽힐 수 없다고 가르십니다.(마르 7, 14 참조) 레위기 말씀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옛 규정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끔“다시 읽기”(Re-reading)한 것입니다. 실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율법이나 예언서의 말씀을 한 점 한 획도 바꾸지 않으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십니다.(마태 5, 18 참조) 다만 남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야 한다는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 진정 율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새로이 해석하신 것뿐입니다.(마태 7, 12 참조)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성경을 글자 그대로 지키는 문자주의자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처럼 성경을 오늘의 현실 안에서 끊임없이“다시 읽기”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성경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다시 한번 성경의 글자에 매이지 말기를 권합니다. 마음을 열고 성경을 읽는다면 성령께서는 성경 말씀 안에서 참된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이끌어 주시고, 그분을 통해 현실 너머의 참된 현실, 곧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게 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