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는 우리 역사상 최고-최대의 고지도로 손꼽힌다. 조선에서 가장 큰 전국지도이면서 그 정확함과 정밀함은 후세에까지 놀라움으로 전해진다. 지도에는 도로, 군-현의 경계표시, 봉수 등 풍부한 지리적 내용까지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태어나고 사망한 시기는 물론 가족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이런 신비함 때문인지 최근에는 김정호의 생애에다 천주교 박해와 같은 시대적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엮어낸 소설이 인기다. 김정호 선생의 지도는 당시 나라에서만 관리하던 지도를 대중화했고 민초들이 땅을 알고 물과 바람의 길을 알도록 하는 길잡이가 됐을 것이다.
요즘 길잡이의 대명사는 내비게이션이란 물건이다. 길눈이 어둡고 기계 다루는 데는 서툴기만 한 나 같은 사람도 초행길에는 내비게이션이 필수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제한속도나 단속구역도 알려줘서 그야말로 편리한 물건이다. 오죽했으면 시중에 “남자들이 편하게 살려면 세 종류의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어머니 말씀, 아내 충고, 내비게이션 안내가 그것이다.”라는 농담도 있다. 문명의 이기가 발전 할수록 사람은 더 소외 될 수 있어서 마냥 달가워 할 일은 아니라고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못된 인생의 길에 들어섰을 때 ‘이건 아니야’라고 경고해주는 영혼의 길잡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예전에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말씀이 인생의 길잡이가 되고 밤새 읽은 책 한권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예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과정은 물론이고 목표의 이유조차 모르고 사는 인생이 많다. 바쁜 경쟁에 매달려 행복의 기준이 뭔지, 왜 사는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한참 뒤에야 길을 잘 못 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지만 아무런 길잡이도 없이 달려온 현대인은 늘 불안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내비게이션과는 비교도 안 될 영혼의 길잡이가 늘 자리하고 계시지만 바쁘게 사느라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량의 내비게이션은 전원을 넣고 목표를 설정하면 되지만 인생의 내비게이션은 침묵이 필요하다. 끝을 모르는 경쟁과 원인 모를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참 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난폭운전이나 과속운전으로 사고를 내거나 잘 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도 마음속의 길잡이는 몇 백번이고 용서하고 사랑의 말씀으로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다. 우리는 그저 마음속에 계시는 그 분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 분이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