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어디 가세요?

가톨릭부산 2015.11.02 11:47 조회 수 : 14

호수 2002호 2009.07.19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부산 바다에서 해수욕을 해본 지가 꽤 오래 됐다. 한 여름이면 하루에 백만 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리는 해운대지만 나이 들고 해운대 바닷물에 몸 담근 기억이 별로 없다. 휴가 때마다 부산을 벗어나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휴가철 전국의 피서객들이 부산에 몰릴 때 부산의 많은 사람들은 휴가를 위해 부산을 떠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듯이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 휴가의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만은 않다. 유명 피서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더위 속 길게 늘어선 차들을 따라 오랜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하고 바가지요금 이나 불친절을 감수해야 할 경우도 많다. 주머니 부담도 만만치 않고 북적이는 인파에 시달리다 돌아오면 그 고단함이 스트레스가 될 때도 많다. 상업적 가치에 둘러싸여 먹고 마시는
소비적인 휴가는 일상을 더 힘들게 한다. 

태초에 하느님은 세상을 만드시고 하루를 쉬셨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아온 주님의 자녀들이 휴식의 기쁨을 갖는 것은 하느님이 허락하신 은총이다. 휴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재충전을 통해 하느님이 주신 몸과 마음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다. 한적한 시간과 공간에서 주님을 만나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 주님이 지어내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 등이 휴가 때 해야 할 일들이다.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휴가의 참 의미라면 휴가의 동의어로 ‘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피정은 피할 피(避), 고요할 정(靜), 그러니까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물러나 조용히 자신을 찾는 일이다. 먼 성지를 찾아가거나 어려운 수행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휴식과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면 이 또한 피정이 될 수 있다. 

교회는 휴가철을 맞아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거나 조금만 품을 팔면 비싸지도 않고 훌륭한 시설에서 온전히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 들이 많다. 부산 근교에도 여러 곳의 피정의 집들이 있고 전국 곳곳에서 가족 피정이나 수도원 체험, 노동과 명상을 겸한 피정 등 을 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은 번잡하고 소비적인 휴가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전하고 힘차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의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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