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백수님

가톨릭부산 2015.11.02 11:00 조회 수 : 35

호수 1979호 2009.02.08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이제 곧 졸업 철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청년들의 얼굴에서는 희망보다 절망이 먼저 읽힌다. 청년실업 100만 명 시대에 학교를 벗어난 청년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50만 명의 졸업생들이 채용시장에 나오지만 신규채용은 4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졸업장이 곧 실업증서가 되고 청년 학생은 대부분 백수가 될 판이다 . 나자렛에서 예수의 직업은 목수였다. 당시 목수는 가구와 농기구를 만들고 자물쇠도 달아주는 건축 기술자였다. 이른바 전문직이었던 셈이다. 배움에 열심이고 부모 말에 순종하기 좋아한 예수님은 목수일도 성실했을 것이니 아마 꽤 재능 있는 목수였을 것이다.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 등은 어부였고 의사와 세관원도 있었다. 그 당시에도 직업은 가족 부양의 수단일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통해 하느님께 봉사하는 신성한 의무로 여겨졌다. 교회에서도 1891년 교황 레오 13세가 노동헌장을 발표해 노동의 가치와 일할 권리- 의무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인 사람), 캥거루족(부모에게 얹혀사는 성인) 등 자조 섞인 말이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닌 상황에서 청년실업의 대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과 외국어 실력, 필요한 자격증 등 직장인으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청년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실업통계만을 줄이려는 땜질식 처방으로 고용불안을 더 심화시키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고용대책을 마련하고 청년들이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밤이 깊을수록 별이 빛나 듯 어려울수록 위로가 큰 힘이 된다. 예수님도 겪지 못한 취업난을 온 몸으로 앓고 있는 청년들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공동체의 배려가 필요하다. 지금은 백수지만 희망을 품은 청년이야말로 미래를 주도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 동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수의 고통은 청년들만 책임지도록 내버려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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