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省察)

가톨릭부산 2015.11.02 01:58 조회 수 : 17

호수 1975호 2009.01.11 
글쓴이 김종일 요한 

노동사목에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한 해가 어찌나 빨리 지나가 버리는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아마 매달 계획된 일정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더욱 많이 생기는 노동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숨 가쁘게 쫓아다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그런 뜻에서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분들께 뜻 깊은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날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새 삶을 살겠다는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려면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하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될 터인데, 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짐하는 삶의 길잡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다른 분들은 주로 무엇을 성찰하고 어떻게 새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할까? 어릴 적 교리시간을 통해 배운 이른바 ‘고백성사거리’는 주로 내 개인의 일상을 성찰하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했나 안 했나, 싸움을 했나 안 했나, 욕을 했나 안 했나’ 하느님께서는 마음도 들여다보시니 마음속으로 욕을 했는지도 꼭 체크해야 비로소 때밀이로 목욕한 듯 개운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 성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이런 개인적인 성찰이 잘못되었다거나 수준 낮은 성찰이라고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개인적인 성찰은 모든 성찰의 바탕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우리의 성찰이 개인적 일상에만 머무르는 것이 과연 충분한가 하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게다. 

나는 우리가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새 삶을 살겠다는 것, 그것도 교회 구성원으로서 새 삶을 살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사명을 하느님께 받았다. 이는 곧 개인의 삶과 더불어 교회 구성원으로서 세상 한 가운데서 가톨릭 신자라는 공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자면 사회 공인으로서의 성찰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본다. 

나라 살림이 어려우니 너나없이 모두 어렵다. 어려울 때 자기 안위부터 챙기는 것은 인간 본성일진데 어찌 그걸 탓하랴. 하지만 우리는 이기적인 인간 본성에만 매달려 있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아닌가. 어려울 때일수록 이웃을 돌보고 사회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우리들의 전문 분야라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사회 공인으로서 나의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오늘 당장 나부터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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