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축을 맞이하며

by 월평장재봉신부 posted Feb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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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자리는 저에게 멀고 먼 것이라 여기며 지냈습니다.
‘은경축’을 맞은 사제라면
적어도 완덕에 가까운 삶을 살아내는 존재이며
적어도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는 향기로운 믿음으로
희망과 사랑을 살아내는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남의 옷을 입은 듯, 많이 어색합니다.

또한 그런 까닭으로 더욱 주님의 은혜가 마음깊이 사무쳐옵니다.
그저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잠을 잤다는 것만으로
아무 조건도 없이, 이 만큼의 시간을 흘리며 살아왔다는 것만으로
어른이 되게 하시고
이처럼 은경축을 맞이하도록 하시는
주님의 공정하심이 큰 은혜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만약에 주님께서
은경축을 맞을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시는 분이셨다면,
은경축을 맞을 수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를 하시거나 시험을 치룬 후에
골라서 뽑으시는 분이셨다면
저는 합격하지 못했을 것만 같습니다.

때문에 저의 은경축을 맞으며
좋으신 주님의 넉넉하고 푸진 은혜의 증거를 똑똑히 봅니다.
누구나 똑같이 나이가 들게 하시고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른이 되게 하시는
사랑의 주님께 감격하게 됩니다.

하여 이제는 더욱 깨어있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언제나 무엇에나 “하느님 자녀”의 자긍심으로
하느님의 뜻에 근접해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제부터라도
특별하지 않아도, 탁월하지 않아도
똑같이 사랑해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간직한
사제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저희 사제들을 위해서 더 많이,
질긴 기도 바쳐주시길 진심으로 청합니다!서품 안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