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2호 2016.1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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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현실에만 매달리며 사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과 반대된다고 들었습니다. 살기 위해선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싶어 의문이 생깁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시간이란 말의 의미를 살펴보는 일이 답을 찾는 힌트가 될 듯합니다. 시간(時間)이란 우리말에는 그냥‘때(時)’가 아니라‘사이’를 뜻하는 간(間)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때는 이미 지나갔거나 아직 오지 않은 한 시점, 시간의 한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때는 시각(時刻)에 더 가깝습니다. 사전에는 시간을‘시각과 시각 사이’라고 하며‘사이’를 말합니다. 이른 근거로 시간을 순우리말로 바꾸면, 그냥‘때’가 아니라,‘때와 때 사이’가 됩니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때와 때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사이’가 있기 위해서는 어느 한 시점에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현실에만 매달려 살아가면 과거와 미래가 없어져 버려‘때와 때 사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에 집착해서‘왕년’만 찾거나, 불확실한 미래에만 기대를 거는 것 역시‘사이’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현재에 땅을 딛고 살되, 오늘 속에 들어있는 과거를 아프더라도 보듬고, 어둡더라도 내일의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종말은 흔히 생각하듯이 파멸이나 끝이 아니라, 완성이며 영광이기 때문입니다. 그게‘때와 때 사이’에서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지금의 대림은 그 마지막 날과 함께 오늘을 살도록 우리를 재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