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은 자꾸 늘어만 가는데 후원금은 줄어들기만 하니 걱정이네요.” 부산진역에서 무료 급식 활동을 하고 있는 형제의 말이 자꾸만 떠오르곤 한다. ‘도로시의 집’을 이끌어오면서 매달 절실히 느꼈던 바다. 모두들 어렵다고 말한다. 그나마 먹고 살기가 나은 형편인 사람들도 반 토막 펀드에 한숨을 푹 내쉰다. 미국에서 불붙은 세계 금융 위기가 국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를 거쳐 가정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으니, 내 코가 석자인데 노숙자들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날씨마저 한파가 몰아쳐 추운 마음에 몸까지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정말 겨울이 날 선 칼처럼 다가오고 있다.
날이 추우니 노숙자들이 그나마 따뜻한 부산을 찾아 몰려드는가 보다. 연말연시 때면 으레 자선 행사나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며 사랑의 온도를 올리자는 모습을 본다. 올해는 예년보다 온도계가 올라가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까지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애달픈 처지를 자선에만 맡겨 놓을 것인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비가 OECD 국가들 가운데 꼴찌란다. 1%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사회복지비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은 언제나 서민들이다.
‘도로시의 집’ 무료 진료소가 문을 연 지도 한 해가 지났다. 얼마 전에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무지개교실’도 열었다. 그동안 한 번이라도 진료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이 이천 명이 넘었다. 환율문제로 고국에 송금하는 돈이 반으로 줄어들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지만 도움이 되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동전 두 닢을 낸 과부의 이야기는 바로 ‘도로시의 집’에 크고 작은 기부를 해 주신 기부천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날개 부러진 새와 같을지도 모른다. 기부 천사들의 날개 짓에 그래도 이주노동자들과 가난한 이웃들이 도로시의 집을 찾아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주셔서 어려움과 절망감의 먹구름 같은 세상 속에서 빛을 전하고 사랑의 강이 흐르게 했으니 그저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고, 끼니 해결을 위해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리라. 삶에 좌절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예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실까? 실직자나 노숙자, 혹 이주노동자로 오시지는 않을 지. 대림 기간에 자신과 이웃을 찬찬히 돌아보며, 곧 오실 아기 예수님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회개하고 반성해 본다.
부산은행 041-12-075441-1 도로시의집 이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