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제동 성당 주임신부이신
유종만 바오로 신부님의 묵상글 중에서
- 흰둥이 강아지 -
어느 시골 장터에서
할아버지가
강아지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점박이 등
각자의 생긴 대로 이름을 가진
포동포동한 강아지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며
까맣고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들을 한참 구경하던
한 여학생이
흰둥이 한 마리를 들어 올리며
이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 녀석이 왜 여기 끼어있지?
그 강아지는 다리가 아픈 애라서
팔지 않고 내가 키우려고 해.
여기 튼튼한 다른 강아지를
천천히 골라봐.”
하지만 소녀는 다리가 아픈 이 하얀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계속 말했습니다.
“그래?
학생
그럼 돈은 안 받을 테니
그냥 데려가.
아픈 녀석 키우기 힘들 테지만
잘 보살펴 주고.”
인심 좋게 강아지를 준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안고 걸어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고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다리가 아픈 강아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소녀처럼
세상에
더 많은 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