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메시지에 무엇을 담았을까- “삶을 지탱하는 것은 ‘재화’가 아닌 ‘사랑’이다”
  • 끌로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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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28 16:18:19
  • 수정 2018-12-28 16:24:37

1888857055_JkVYW427_5.jpeg▲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기가 시작된 이후 이번처럼 대내외적으로 힘든 한 해가 없었다. 이제는 당연시 되어버린 국제 분쟁과 빈곤 문제의 심화,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혐오, 이와 더불어 교회 내부에서도 성직자 성범죄로 매우 큰 홍역을 치르는 등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이 같은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을 지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연 성탄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빈곤을 만드는 탐욕과 예수가 스스로 보여준 ‘내어주는 삶’

24일 성탄 전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들레헴’의 의미가 “빵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빵’을 취하기만 하려는 모습에서 인간의 탐욕이 드러나지만 이와 달리 예수께서는 살아있는 자신을 내어주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열매를) 따서 먹는’(창세기 3,6) 인간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식탐이 많고 탐욕스럽다”면서 이러한 “채울 수 없는 탐욕이 인간사를 관통해, 소수는 만찬을 즐기는 반면 다른 많은 이들은 생존을 위한 양식조차 없는 오늘날의 모순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예수께서는 “마치 우리에게 ‘나는 여러분의 양식처럼 여러분의 것입니다’라고 말하려는 듯 ‘빵집’에 있는 말구유(manger)에서 태어났다”며 아기 예수의 작은 몸이 “집어삼키거나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내어주는 새로운 삶의 형태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재화가 아닌 사랑이고, 과시하고픈 풍요가 아닌 스스로 유지해야 할 검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떠올리며 그리스도인들 역시 취하기만 하고 내어주지 않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질문했다. 특히 내어주는 삶을 살기 위해 ‘내게 없어서는 안 될 내 인생의 양식은 주님인가 다른 것인가?’, ‘내가 살기 위해 정말로 많은 재화가 필요한가?’, ‘나는 더욱 검소한 삶을 살기 위해 겉치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가?’, 그리고 ‘성탄에 나는 빵이 없는 사람과 내 빵을 나눌 수 있는가?’를 자문해보자고 제안했다.

어둠 속에서 깨어 기다린 ‘단순한’ 목자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번째로 베들레헴이 다윗의 고을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기서 아기 예수를 맞아준 것은 목자들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사들이 목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루카 2,10)라고 말한 사실을 들어 “태초부터 죄로 인해 하느님을 두려워했던 인간들에게 베들레헴은 두려움의 치유책”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말을 천사로부터 들은 목자들은 “단순한 사람들이었지, 명석하거나 신앙심이 깊은 이들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우리는 이기주의라는 정상을 넘어야 하고, 세속과 소비지상주의의 골짜기에 빠지면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 전야에 결국 우리도 목자들처럼 베들레헴에 가고자 한다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25일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에서는 예년과 같이 세계 평화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다양성의 포용, ‘하느님은 좋은 아버지이시며 우리는 모두 형제’

1888857055_lc4nmBMe_1.jpg▲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우르비 에트 오르비 메시지의 핵심이 ‘하느님은 좋은 아버지이시며 우리는 모두 형제’라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형제애”를 강조하며 “형제애 없이는 더 정의로운 세상을 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최고의 계획조차 영혼 없는 껍데기가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문화, 서로 다른 이념, 서로 다른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형제애를 강조했다.

결국 우리의 차이는 편견이나 위험이 아닌 풍요로움이다. 

교황은 이 같이 강조하며 “모자이크를 만들려는 예술가에게 그러하듯 (우리도) 똑같은 색깔을 가진 타일 조각보다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타일 조각을 쓰는 것이 낫다”고 비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가정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제자매끼리는 서로 다르고 언제나 동의하지 않지만 우리를 이어주는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존재하며 부모님의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사랑하게 해준다”고 강조하며 “이는 인류라는 가정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 분쟁이 멈추고 화해가 시작되기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중단을 염원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아동과 여성, 약자들이 고통 받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예멘 내전, 아프리카 내전 등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통한 영토 확장으로 인해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사회보장체계가 무너지면서 국민 전체가 심각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및 연금 체계 개혁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무력 진압하면서 내전이 시작된 니카라과에 대해서도 해결을 촉구했다.

성탄을 통해 한반도를 하나로 묶는 형제애적 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라며, 시작된 화해의 길을 이어가고 공통된 해결책에 다를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특히 “성탄을 통해 한반도를 하나로 묶는 형제애적 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라며, 시작된 화해의 길을 이어가고 공통된 해결책에 다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분쟁의 해결을 염원하며 “아기 예수가 이 땅 위의 모든 아이들과 모든 연약한 이들, 자기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 소외받은 이들을 보호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⑴ 말구유(manger) : 말구유의 영어 표현인 manger는 같은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명사 mangeoire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mangeoire는 프랑스어 동사 manger(먹다)를 어근으로 만들어졌다.

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 라틴어로 ‘로마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뜻으로, 특히 교황이 라틴어로 행하는 공식적인 강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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