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10호 2016.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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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성경에 나오는 부정직한 집사에 대한 비유는 요즘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빠트린 사건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주인이 그 불의한 종을 오히려 칭찬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비유를 드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세상을 살아가려면 영리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춰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적당히 타협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을‘사회생활’, 혹은‘세상살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고,“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칭찬하시고자 함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뒤의 말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빛의 자녀입니다. 세상의 사람들과는 다른 영원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돈과 명예, 지금의 안전과 평화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얻고자 하고, 그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세상의 가치를 얻기 위해 머리를 쓰며, 때로는 자신을 굽힐 줄 안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 가치를 위해 더 많이 머리를 써야 하고, 더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집사입니다. 집사란 주인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재물을 맡아 보살피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보다도 참을성이 없고, 영리하지 않습니다. 사랑하기 위해, 용서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마음을 다잡으며, 나 자신을 굽히지를 않습니다.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영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