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9호 2016.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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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겸손하라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1베드 5, 5 참조) 어느 정도 겸손해야 하나요? 요즘은 자기 표현(PR)시대인데 교만하지만 않으면 되지 않나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성경에서 겸손하라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자신을 낮추라는 말이지, 자기 표현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바오로도 자기 표현의 대가였습니다. 바오로가 활동하던 시대 학교에서는 남을 설득하는 기술인 수사학을 가르쳤습니다. 수사학에 따르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자기 표현, 곧 자신이 지금 이 이야기를 하기에 얼마나 합당한 인물인지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는데, 바오로도 이 점에 신경을 씁니다.(필립 3, 1∼21; 2코린 11, 16∼33 참조) 특히, 바오로는 자신이 십자가의 복음을 전하는데 얼마나 합당한 인물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버리고 살았는지, 어떤 고난을 받고 살아왔는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러한 바오로의 자기 표현을 들으면서 아무도 바오로가 겸손하지 못한 인물이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오로가 자랑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지게 된 십자가였고, 바오로는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언제나 겸손된 모습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이야기하는 겸손이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라는 말이지 자기 표현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거짓되게 남을 속이려고 자신을 과장되게 자랑하고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금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진실된 삶으로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을 과장되고 거짓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면 신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