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7호 2018.12.2 |
---|---|
글쓴이 | 김효희 젤뚜르다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코헬렛 3장) ~ 어느날의 인사
김효희 젤뚜르다 / 노동사목센터 지원실장 free6403@daum.net
한 해를 보내는 이맘때쯤이면 문득 생각나는 한 자매님의 인사가 있습니다. 매일 때와 상관없이 좀 전에 본 사람들인데도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하이하이~ 잘 살았어?”라고 인사를 건네는 분이었죠.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의 그 자매님은 보통사람들과 달리 어린 시절 시간에 머물러 계셨고 나이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풍파들이 자매님의 삶을 흔들고 지나가면서 결국 에이즈 쉼터 공동체라는 곳과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생에 마지막 인사까지 나눈 분이었습니다.
정말 예기치 않은 어느 날, 천주교라는 신앙에 첫발을 내딛고 그 인연으로 특수사목에 속한 에이즈 쉼터의 봉사활동으로 시작된 만남들이 제 삶에는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고 기적과도 같은 선물이었지요. 제게 늘 인사를 건네던 자매님을 처음 봤을 때도, 그분에게 하루란 별 의미 없는 시간의 연속처럼 보였고 그분이 건네는 인사는 그런 하루의 안부라기보다 마냥 장난을 걸고 싶어 하는 한 어린아이의 것처럼 보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제게 문을 두드리듯이 언제부턴가 평범한 일상이 달라 보이고,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방향과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 자매님과 공동체를 떠나 또 다른 여정을 걷고 있는 저는 이곳 노동사목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이렇게 주님은 적지 않은 경험을 통해 저를 준비시키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살았냐’는 인사는 지금 삶 속에서 자주 그 안부를 물어봐 주는 사람들의 온기처럼 에너지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씀처럼 어느 날 만난 그 특별한 만남들이, 또 그 구절의 의미들이 무엇보다 끈끈한 힘이 되어 저를 이끌어 주었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모든 것을 내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자만하며 보냈지만, 이제는 주님의 뜻이 성령으로 인도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준비시키셨음을, 그 모든 것에 때가 있듯이 거듭나는 자신으로 나아가기 위해 깨어있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런 성령을 만나고 신앙의 굳건한 믿음을 확인받으며 묵묵히 그 하루의 발걸음들을 맞이해봅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729호 2022. 10. 30 | 향기로운 가을 | 김희님 마리아 |
2517호 2018.12.2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코헬렛 3장) ~ 어느날의 인사 | 김효희 젤뚜르다 |
2558호 2019.09.01 | 선물 | 김홍석 신부 |
2621호 2020.11.01 | 또 다른 시작!! | 김형옥 소화데레사 수녀 |
2131호 2011.10.30 | 거리미사를 아세요? | 김현철 알렉스 |
2160호 2012.05.13 | 성 베네딕도 이주민 지원센터(울산) | 김현옥 아퀴나타 수녀 |
2309호 2015.01.04 | 새해 새 다짐 | 김해권 프란치스코 |
2556호 2019.08.18 | 장미뿌리 묵주 | 김태수 클레멘스 |
2587호 2020.03.08 | 냉담과 성당 사이 | 김태수 클레멘스 |
2748호 2023. 3. 12 | 종부성사 | 김태수 클레멘스 |
2143호 2012.01.22 | 청소년들의 노동과 인권 | 김태균 신부 |
2188호 2012.11.18 | 위령 성월, 한 청년 노동자의 삶을 돌아보며…… | 김태균 신부 |
2197호 2013.01.06 | 우리 안에 하느님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 김태균 신부 |
2213호 2013.04.28 | 제99차 세계 이민의 날 | 김태균 신부 |
2238호 2013.10.06 | 이웃이 되어주는 일 | 김태균 신부 |
2255호 2014.01.19 | 새롭게 시작합니다. | 김태균 신부 |
2280호 2014.07.06 |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 김태균 신부 |
2311호 2015.01.18 | 희망의 삶 | 김태균 신부 |
2646호 2021.04.11 | “밖으로는 싸움이고 안으로는 두려움”(2코린 7,5) | 김춘남 스테파노 |
2666호 2021.08.29 | 주님의 도구 | 김추자 율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