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15호 2018.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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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난한 마음이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마음을 비움’(空)과 비슷해 보이는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자신을 넘어선 초월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영성이라고 한다면, 영성은 모든 인간이 다 가지고 있기에 보편적입니다. 그러므로 종교는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내용의 가르침이 있고, 때로는 다른 종교의 가르침이 우리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영성과 다른 종교와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납니다. 나 자신을 더욱더 완벽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련을 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우리 영성의 목적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더 깊고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 나를 비우는 것이고, 또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다 보니 내가 비워지는 경험, 혹은 결과가 가난한 마음입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나 자신을 보니, 내가 스스로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아가 나 자신을 다른 것으로 굳이 채우지 않아도 됨을 알게 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영성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의 영성은 우리가 말하는 하느님이 없거나 달라서, 자신을 비우는 목적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