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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동 신학교를 들러 교수로 있는 동창 신부를 만나러 갔다.
항상 만나러 갈 때마다 통과하는 그 길을 많이도 다녔는데~~왜 그 길가에 있는 
故 최민순 신부님의 <두메꽃>시비(詩碑)가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제 고국을 떠나 사막을 향해 가려니 그 낙산길의 시비(詩碑)가 눈에 띄는가 보다.
우리  카페 운영자가 올려준 <두메곷>詩를 노래로 들으니 마냥 그 노랫말안에 잠긴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성경속의 외딴 곳 높은 산은 모두 하느님의 임재와 현존을 체험하는 곳이요
영적 전쟁이 치열하게 일어나는 장소이다.
말하자면 하느님을 극명하게 대면하는 곳이다.
詩人은 그 자리에서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체험하고 살기 위해
한 송이 꽃으로 홀로 오래토록 머물기를원하고 있다.
그렇게 하느님 안에 살고 싶은 의지가 절체절명임을 드러낸다.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하느님의 작품인 꽃에는 벌 나비가 날아 들어야 그분의 창조사업에 협력하게 되는데,
벌 나비의 그림자 조차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주님 대전에 '값없는' 것이 어디 있겠나마는
세상과 사람들의 인정에서 벗어나 주님 대전에 인정받고 싶다는 싯말이다.

  주님의 구속 사업에 협력하는 사제의 독신 성소를 지키고
싶어하는 간절함이들어있는 싯말이다.
벌 나비나 그 그림자를 여인들의 유혹이나 분심으로도 볼 수 있고,
세속의 인기나 명성으로도 풀이할 수 있겠다.

  어쨌든 자신의 나약하고 불완전한 본성을 인정하면서
성소에 항구하고 싶어 그분 은총을 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주님 사목의 현장인 이 세상안에 벌 나비와
그 그림자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詩人은 자신의 내면 안에서 오롯하고 갈림 없는 사랑
그분께로의 봉헌을 하고 싶은 소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서 숨어서 피고 싶어라


    여기서 햇님과 내 님은 구원의 태양이시고 의덕의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신 주님을 말한다.
세상 사람 그 누구가 자신을 찾지도 바라봐 주지도 않는다 하더라도
주님과의 관계는 절대적 생명의 관계요,
제삼자가 개입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관계이기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은수자처럼 독수자처럼 살고 싶다는 말이다.
그분을 향한 온전한 봉헌, 완전한 봉헌을 갈망하는구절이다.

  사실 햇빛이 세상 구석 구석 안 비치는 곳이 없듯이
하느님의 초자연적 사랑인 은총도 인적 없는 곳에서 공평하게 비치고,
그 꽃 한송이 밖에 없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그만큼 주님께서는 詩人 자신보다 더 詩人을 잘 아시고
詩人 자신보다 더 詩人을 사랑하시기에
그분 사랑안에 그분 사랑만으로 그분 사랑만을 간직한 채
詩人 자신의 존재의 꽃, 생명의 꽃, 성소의 꽃을 피워서
그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는말이다.

  그분 사랑의 빛과 수분과 토양과 온도 안에 흠뻑 취해 살고 싶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이다, 그분 사랑이 전부이다,
그리스도가 내 생의 전부이다 라는 고백을하고 있는 것이다.


    '두메'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진 산골, 벽지 산촌을말한다.
시어로 나오는 '외딸다'는 표현도
다른 것과 잇달아 있지 않고 홀로 떨어지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해 '두메곷'의 사진을 통해 꽃 모습도 찾아 보았다.

  故 최민순 신부님(1912. 10.3~1975.8.19.)께서는
비교적 63세라는 짧은 생을 마치셨고,
1935년 6월 15일에 사제 서품이 되셨으니
40년 사제 생활을 하시고 주님 품으로 가신 분이다.
이 '두메곷'시가 언제 씌어졌는지 모른다.

출처:피앗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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