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한 신부(우리농살리기 담당)
마르 12,38-44



절하고 싶다
 

   산길을 걷다 보면 문득 피어있는 자그마한 꽃들을 보며, 그 숨 막히게 있는 힘껏 피워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생명이 자신을 봉헌하며 그분을 찬미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사람의 눈이 닿지 않음에도,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소박함에도 자신의 존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는 그 작은 꽃 앞에서 절하고 싶었습니다. 그 여린 봉헌은 과부의 봉헌과 닮아있었습니다.
    살아가다 문득 만나게 되는 자신만의 두려움과 약함들, 상처로 인해서 많은 경우 온전히 살지 못하고, 적당하게, 또는 소위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도저도 아니게, 한순간 바스러질 것만 같은 삶을 위태롭게 견뎌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더한다해서 충만하거나,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불안하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내면 그 안에서 스스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시간도 아니고, 내가 아닌 것들을 그저 채워놓은 시간뿐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믿음의 길에 두 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다하는 전부(全部), 혹은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는 전무(全無). 이 이외의 길은 없습니다. 그분께 가까이 가는데 다른 방법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음의 소박한 한 여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자신의 생각, 욕심, 판단, 그리고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온전히 하느님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비워지지 않은 곳에 들어갈 자리란 없습니다. 자신의 것으로 가득한 이의 삶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머물 순 없습니다.
    성모님과 같이 오늘 복음에서 한 여인의 봉헌은 무모하고, 세상의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교회는 지극히 작은 이들이 그분 때문에 죽어도 좋다며 자신을 내어던지고 선포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분께 자기 생명을 내어놓음으로 인해 자유와 생명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으로 행복한 이들,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이름 부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름이길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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