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14호 2018.11.11 
글쓴이 차광준 신부 

과연 우리에게 신앙생활은 몇 순위일까요?”

 

차광준 다윗 신부 / 이주노동사목

 

매주 사상성당에서 거행되는 외국인 미사에는 500여 명에 가까운 외국인 신자들이 참석합니다. 그중 필리핀, 베트남 신자들은 공동체를 구성하여, 전례 준비에서부터, 봉헌금 관리, 미사 후 성전 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25년 전 부산교구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미사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대부분의 봉사는 교구 신자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들이 한국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짐에 따라, 그들도 점차 각자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이주민 평신도 사목협의회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기적으로 각 지역별 축제와 성지순례, 각종 행사 및 교육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주민 평신도들은 주체적이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주노동사목에서 활동하면서 이러한 이주민 평신도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는 합니다. 때로는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바를 담당 신부인 제가 다 감당하기에는 벅찰 정도로 신앙생활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를 반성하고 성찰하는 목소리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는 성직자 중심주의입니다. 그리고 평신도의 지위와 역할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평신도 희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평신도 중심주의는 아직까지 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는 느낌은 저만 가지고 있는 걸까요?

제가 만나는 이주민 평신도 공동체가 신앙에 대한 강한 열망과 의지를 가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주민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쉬는 날 없이 일을 합니다. 그러기에 유일하게 쉬는 날, 그날 하루 동안 자기 동포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사회생활 장소가 교회입니다. 그들에게는 신앙생활이 곧 사회적 활동이며, 문화생활이고, 취미생활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신앙생활 외에도 해야 할 사회적 활동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앙은 우리가 하는 여러 사회적 활동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신앙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에 대한 나의 관심사와 우선순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신앙생활은 몇 순위일까요? 오늘 평신도 주일에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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