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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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 15) 이 말씀이 품고 있는 창조된 피조물 세계의 넓은 지평을 휘돌아보면 거기 어딘가에는 농부의 발걸음도 가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7년 한 해에만도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나 사라져버린 그 논을 지키기 위해 이른 새벽 논배미를 찾는 농부의 발걸음이 모든 피조물에게 창조주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진정한 생명의 선교사의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논은 기원전 9∼10세기 청동기 시대에 농사를 지은 울산광역시 무거동 옥현 유적지의 논입니다. 수십 세기에 걸쳐 이 논을 지켜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농민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게 우리의 삶의 터전을 일구어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지상명령(마르 16, 15 참조)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농민의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옛날부터 농부는 콩을 심을 때 세 알씩 심었습니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몫이고, 다른 하나는 땅속의 벌레들 몫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이 먹을거리로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농민들이 어리석어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세 알을 심어 두 알은 빼앗겨 버리고 고작 한 알만 남기는 손해 보는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콩은 세 알을 같이 심어야 싹이 날 때도 서로 협력하여 잘 자란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곧 함께 사는 피조물을 더불어 고려하는 삶이 인간의 삶에도 그만큼 유익하다는 것을 익혀왔기에 이 나눔과 배려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농민의 어리석음, 그러나 그래서 더 깊은 지혜의 길을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 생명을 나누어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농민의 선교사업이 이 시대의 징표로 모두를 각성시키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