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선교사

가톨릭부산 2015.10.20 19:57 조회 수 : 29

호수 2343호 2015.08.30 
글쓴이 우리농 본부 

생명의 선교사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 15) 이 말씀이 품고 있는 창조된 피조물 세계의 넓은 지평을 휘돌아보면 거기 어딘가에는 농부의 발걸음도 가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7년 한 해에만도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나 사라져버린 그 논을 지키기 위해 이른 새벽 논배미를 찾는 농부의 발걸음이 모든 피조물에게 창조주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진정한 생명의 선교사의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논은 기원전 9∼10세기 청동기 시대에 농사를 지은 울산광역시 무거동 옥현 유적지의 논입니다. 수십 세기에 걸쳐 이 논을 지켜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농민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게 우리의 삶의 터전을 일구어온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지상명령(마르 16, 15 참조)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농민의 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옛날부터 농부는 콩을 심을 때 세 알씩 심었습니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몫이고, 다른 하나는 땅속의 벌레들 몫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이 먹을거리로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농민들이 어리석어서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세 알을 심어 두 알은 빼앗겨 버리고 고작 한 알만 남기는 손해 보는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콩은 세 알을 같이 심어야 싹이 날 때도 서로 협력하여 잘 자란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곧 함께 사는 피조물을 더불어 고려하는 삶이 인간의 삶에도 그만큼 유익하다는 것을 익혀왔기에 이 나눔과 배려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농민의 어리석음, 그러나 그래서 더 깊은 지혜의 길을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 생명을 나누어 진정한 복음을 전하는 농민의 선교사업이 이 시대의 징표로 모두를 각성시키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25 도시를 위한 농촌의 선택  도시를 위한 농촌의 선택 우리농 본부  144
224 2512호 2018.10.28  논과 밭이 사라진다면 우리농 본부  166
223 2508호 2018.09.30  가장 큰 거짓말 감물생태학습관  296
222 2507호 2018.09.23  청소 시간 우리농 본부  96
221 2503호 2018.08.26  작은 희망 우리농 본부  140
220 2499호 2018.07.29  감물에서 온 편지 - 여름의 의미 김준한 신부  85
219 2498호 2018.07.22  세상은 이미 넘쳐나는데 우리농 본부  45
218 2494호 2018.06.24  겸손과 순명 우리농 본부  99
217 2490호 2018.05.27  시장과 문명 우리농 본부  44
216 2486호 2018.04.29  감물에서 온 편지 - 농부의 시간 김준한 신부  101
215 2485호 2018.04.22  우리가 가진 열쇠 우리농 본부  62
214 2481호 2018.03.25  만물을 위한 창조 우리농 본부  59
213 2477호 2018.02.25  마지막 나무를 자른 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우리농 본부  70
212 2473호 2018.01.28  환경, 믿음의 영역 우리농 본부  69
211 2468호 2017.12.31  먹는 신앙 김준한 신부  76
210 2466호 2017.12.24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우리농 본부  79
209 2462호 2017.11.26  흘러넘치는 생명 우리농 본부  113
208 2458호 2017.10.29  감물에서 온 편지 - 불편한 동거, 생명의 창문 김준한 신부  208
207 2457호 2017.10.22  자연에 대한 예의 우리농 본부  96
206 2453호 2017.09.24  가장 많이 피는 꽃 우리농 본부  109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