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있는 것이 
바깥으로 나가 죽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은 울타리이지만 
바깥 것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은 
장벽입니다. 
울타리인가 장벽인가 하는 것을 분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두 가지는 
언제나 동일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안의 것이 나가기 힘든 만큼 
바깥의 것도 들어오기 힘든 법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가로막는가 하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외아들은 
잃은 것을 찾으러 왔는데 
잃은 것은 바깥에 있습니다. 
반면 잃은 것들은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장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미명 하에 
지나친 두려움에 사로잡혀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하고, 
또 반대로 들어오려는 이들, 
스스로를 구하려는 이들을 
높은 장벽으로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때로 ‘율법’의 벽을 넘으셨습니다. 
안식일의 주인이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시며 
안식일에도 해야 할 일을 하셨고, 
단식을 지키지 않느냐는 주변의 핀잔에 
혼인 잔치에 와 있는 이들은 
단식을 지킬 수가 없다고도 하셨지요. 
그 밖에도 
많은 벽을 넘어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구해 내셨습니다.

또 양들이 돌아오고자 할 때에는 
장벽을 낮추는 것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간음하다 들킨 여인에게 
단죄하지 않겠노라고 하시고 
친구들에게 실려 온 중풍 병자에게 
죄를 용서한다고도 하셨지요.

모든 것을 파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격주의자들은 
이런 예수님의 행동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신경에 거슬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합니다. 
아닙니다. 
교회는 소중한 것이고 계명도 소중한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것들을 
본래의 목적대로 쓰이게 도와야 하는 것이지요.

울타리와 장벽은 모두 필요한 것입니다. 
공연히 약한 양들이 
나가 떨어져 죽게 두어서도 안되고, 
또 늑대들이 들어와 
양들을 해치게 가만 두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울타리를 사수하고 있는 문지기는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가려는 이가 왜 나가려 하고, 
들어오는 이가 왜 들어오려고 하는지 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열쇠를 맡기신 것입니다. 
바로 그 분별을 하라고 말이지요.



글의 출처 :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수동성당
                  주임신부이신 마진우 요셉 신부님의
                  묵상글 중에서


사진 제공 : 古時樂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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