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54호 2014.01.12 
글쓴이 우리농 본부 

일회용품 사용과 형제의 설거지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새해 각 본당에서는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모든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사를 마련하더라도 먹거리가 빠진다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모든 행사에서는 그것이 소박하든 풍성하든 친교의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한 음식 나눔이 꼭 준비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차리는 데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닙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요리하고, 상을 정성스럽게 차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일 중 가장 꺼려지는 것은 마지막 일인 설거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손을 덜고자 일회용품을 많이들 사용합니다. 나무젓가락,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그릇과 수저, 종이컵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환경호르몬이 분비되는 싼 재료의 일회용품이 우리 몸과 환경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모두가 나서기를 주저하는 골치 아픈 마지막 설거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눈 질끈 감고 일회용품에 손이 가는 것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흥겨운 식사가 끝나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은 괜히 강요된 봉사자를 허겁지겁 구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어주니, 공동체의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고 여기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식사의 준비부터 마지막까지 자매들에게 전가된 교회의 밥상문화는 결국 자연을 파괴하고 누군가의 강요된 노동으로 분열된 공동체를 양산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친교는 먹고 마시는 와중에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준비부터 마지막 정리의 순간에서도 꽃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누구도 지치지 않고 즐기며,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일회용품이 아닌 품위 있는 식기류를 사용하되, 형제들이 설거지를 담당한다면 이 어찌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자연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에 형제들의 동참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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